명상연습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의도에 의해서 생겨나기도 하지만 문득문득 자의와는 관계없이 생겨나고 유지되며 없어집니다. 어떤 생각과 감정들은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듯 저 산 너머로 무심코 넘어가지만, 반면 어떤 것들은 너무도 급작스럽게 나타나서 강력하게 나 자신을 휘어감아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과 감정은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에 의해 시작됩니다. 눈, 귀, 코, 입, 촉감, 그리고 인식 등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감각들을 우리는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간 순간에도 너무 많은 정보들이 감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를 뚜렷이 구별해서 인식하기란 쉽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노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각기관으로 각종 정보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됩니다. 느끼는 것은 감성의 영역이고 생각하는 것은 이성의 영역입니다. 느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본성과 뇌는 그것들에 판단을 더하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끄달림’이라고 합니다만, 판단이 더해진다는 것은 곧 각각의 느낌과 생각에 좋거나 싫음의 척도가 무의식중에 개입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느낌에 판단이 더해지고, 생각에 판단이 더해져서 우리의 마음 속에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 ‘감정’입니다. 감정은 결코 감성적인 부분 만이 아니라 이성적인 부분의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마음의 구성요소 중 표피층에 해당됩니다.
느낌과 생각은 서로 제어하기도 하고 촉진시키기도 하는 상호작용을 합니다. 생각은 별로 그렇지 않았는데 어떠한 인상 때문에 느낌이 변하면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느낌을 받았지만 몇 가지 부정적인 정보에 의해 생각이 영향을 받으면 느낌도 연쇄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 게재되면 그것이 촉매제가 되어 느낌과 생각을 상당히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판단이라는 것이 우리 마음에 장난을 치고 폐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청정하게 하고 감각에 의해서만 느낌과 생각에 판단을 게재시킴으로써 자신과 세상에 왜곡된 상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상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깨어 있는 상태로 올곧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은 이러한 마음공부를 생활 속에서 익히기 위한 연습 중 가장 좋은 것으로서 그 방법 중 하나가 위에서 설명한 마음의 흐름 중 감각 단계에서 의식을 멈추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감각을 의식만 하되 철저히 그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 연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이 게재되는 느낌과 생각의 단계 이전에서 끊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즉 내가 지금 경험하는 모든 감각들을 의식만 하는 것입니다. 그 의식에 느낌과 생각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의식은 생각과 다릅니다. 의식은 느낌과 다릅니다. 약간은 무리가 되더라도 쉽게 설명하자면, ‘아, 냄새가 나는구나’ 하는 것은 의식이요, ‘아, 좋은 냄새가 나니 상쾌해지는구나’ 하는 것은 느낌입니다. 사실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이기 때문에 다소 의미의 정확성에 무리는 있지만 편의상 설명한 것입니다.
명상할 때에는 그저 숨쉬어지는대로, 바람이 불어오는대로, 공기의 냄새가 맡아지는대로,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들어 오는 각종 감각 정보들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어떤 종류의 느낌이 들거나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휘감기 시작한다면 재빨리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감각의 의식으로 되돌아 오면 됩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과정과 제어가 쉽지 않지만 매일 연습하다보면 어느새 느낌과 생각, 그리고 감정의 찌꺼기가 쉽게 개입하지 못하는 청정한 마음 상태를 쉽게 경험하고 즐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