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후회로부터의 자유

주형진 2018. 2. 2. 22:23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심하게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도 문득 어떤 과거의 일들이 후회와 함께 겹쳐 몰려올 때가 있다. 살아갈 날보다 산 날이 많을 확률이 높아져가면서 점점 더 그런 것 같다.


후회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렇더라도 후회를 삶 속에서 완벽하게 쳐내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어쩔 수가 없을 때에는 내심 화도 나고 절망적일 때가 있다.


내가 가장 쓸모 없는 정신적 출혈이라고 생각하는 것 하나가 후회이고, 두 번째가 ‘만약에 어떻게 된다면…’이다. 두 가지 모두 현재의 내 능력이나 의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열심히 되새김질해도 무언가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물론 후회가 과거의 어떤 일들이나 행위, 태도에 대해 성찰을 자아냄으로써 미래의 인생에 더 나은 삶을 위한 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꼭 쓸데 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바람처럼 스쳐오는 후회들은 성찰과 같은 관념의 깊이를 더하는 지경까지 발전되지는 않고 그냥 허무함이라는 낙엽만 몰고 오는 것 같다.


삶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과거라는 필름 더미의 두께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후회의 횟수도 비례해 늘어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을 것이다.

후회의 바람을 너무 자주 맞으면 자칫 과거에 우리의 정신이 함몰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으며 미래를 맞이해야만 한다. 가치가 있는 소중한 후회는 골라 정신의 방에서 따로 성찰의 기회를 기약하되, 나머지 것들은 과감히 관조하고 삶의 바다에 자연스럽게 흘러들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후회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가도가도 끝이 없는 적막한 사막에 어느새 자신이 던져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