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까
전화를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아니면 게임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다면, 다음 내용에 관심을 가져 봐도 될 것 같다.
미국 UC Berkeley's Haas School of Business 연구팀에 따르면 돈이나 음식 등에 반응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의 보상 회로 신경 부호가 ‘정보’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즉, 정보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마약 등과 같이 우리의 뇌 속에서 도파민을 생성해 쾌감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다. 정보 자체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정보의 추구 행위가 마치 우리 뇌가 몸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엠티칼로리 정크푸드(영양가는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열량만 높은 식품)를 좋아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별 내용도 없고 유용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정보들을 과대평가하고 즐기는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어떤 목적이나 동기가 없이 그저 즐길 거리를 찾아 온라인과 미디어의 바다를 헤매는 행위가 이러한 도파민 보상 회로 활성화 코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경제학자들은, 정보를 추구하는 것은 호기심의 만족을 위한 합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해 왔다. 즉, 추구한 정보가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치를 가졌을 때 만족과 보상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 연구는 정보 자체가 마치 음식이나 돈, 심지어는 마약 등과 같이 그 자체로서 보상으로 쾌감을 일으키는 뇌의 작용일 수 있다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즉, 정보 자체를 위해 정보를 추구하는 것이며, 그 행위 자체로서 우리의 뇌는 쾌감을 얻는 것이다.
위 연구 결과를 근거로 보자면 정보 추구 행위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목적적인 과정으로 보여지지만, 사실은 많은 경우에서 의외로 감정적이고 쾌락적이며 습관적인 것일 수 있다. 결국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서핑에 몰두하는 행위가 습관을 넘어 중독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은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정보 자체가 – 가치가 있든 없든 – 마치 음식이나 마약과 같이 보상과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켠다. 지하철에서는 물론이고 자기 전 침대 위에서, 식사할 때, 심지어는 운전 중 빨간 불에 잠깐 정차하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든다. 물론 개중에는 급한 메시지나 자꾸 떨어지기만 하는 주식 시황을 체크하는 등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꽤 많은 경우는 습관적이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도 쉼 없이 서핑을 해대거나 SNS의 그물망을 헤맨다. 끊임 없이 조그마한 기계에 시선을 고정하고 뭔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은 외계인이나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보면 경증의 중독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법하다.
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무목적적 스마트폰 접근 행위도 일종의 중독적인 습관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다른 중독의 치료와 비슷한 해법으로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 모습은 원래 자신의 본 모습이나 의지가 아니라 보상과 쾌락에 약해 빠진 우리 뇌의 본성 때문이라고, 그나마 책임을 조금 미루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도움말 ※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서 뇌에 쾌감을 준다. 어떤 물질이나 사건들은 우리에게 쾌감을 주는데 이것을 그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등 입자들이 직접적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획득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등 정신적인 영향으로도 도파민이 생성되어 뇌가 쾌감을 얻는다. 이 경우 담배나 술, 또는 획득하거나 달성한 목표치 등은 ‘자극’이고 뇌가 느끼는 쾌감은 ‘보상’이다.
[참고자료]
Kenji Kobayashi, Ming Hsu. Common neural code for reward and information valu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9; 201820145 DOI: 10.1073/pnas.182014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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