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심리학 & 뇌과학

손실회피성향 : 얻는 기쁨보다 잃는 슬픔이 더 크다

주형진 2019. 8. 14. 22:21

 

실제 돈이 오가는 아주 간단한 게임을 제안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기면 100만 원을 받고, 지면 반대로 100만 원을 잃게 된다. 각각의 확률은 정확히 50대 50이다. 자, 게임을 받아들일 것인가? 

다음 어느 은행에 내 돈 1억을 예금하겠는가?

- 은행 A : 연이율 5%, 안전도 50%

- 은행 B : 연이율 2.5%, 안전도 100%

가까운 미래에 생각지도 않은 1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고, 반면 같은 액수의 돈을 잃어버릴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쪽에 마음이 더 쓰이겠는가?

 


 


위의 질문에 답을 생각해 보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당연하게도 없다. 각자 성향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상이하기 때문에 선택은 저마다 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선택은 있다. 심리학자들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말이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는 게임 제안을 거절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100만 원을 더 벌게 되는 상황보다 그 돈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에는 은행B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 돈 1억 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에는 10만 원을 잃어버릴 것에 마음이 더 쓰일 것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던 10만 원에 대한 애착이 손실에 대한 가치를 더욱 크게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선택이나 심리적 상태는 모두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에 의해 발생한다. 사람의 심리는 이익보다 손실에 큰 비중을 두고 이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크기의 이익과 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많은 사람들은 이익에 대한 기대보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카너먼과 츠버스키는 프로스펙트 이론에 관한 논문에서 실험 결과 손실로 인해 감소를 겪는 심리적 크기가 이득으로 인해 얻는 심리적 크기의 두 배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손실회피율로 나타낼 수 있는데 반복된 실험 결과 대략 1.5에서 2.5의 범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손실과 이득이 나타날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는 이득의 가능성이 손실의 확률보다 적어도 2배는 넘어야 사람들의 참여 의사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카너먼 본인도 밝혔듯이 이는 평균치일 뿐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손실회피성향이 아주 높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적은 이득 확률에도 지극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참고로 이 글을 적고 있는 본인은 매우 수세적이고 손실회피성향이 강해서 심적으로 정말 무시할 수준의 손실 금액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손실’의 개념에 관한 것이다. 손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실제 현실에서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는 손실이 있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손실이다. 손실회피성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손실이라고 인식하는 심리’이다. 실제 손실이 발생한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준거 기준이나 가치관 등에 따라 그것을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기부한 돈을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기부가 손실회피 대상이 된다. 즉 손실회피성향은 자신이 손실이라고 느끼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겪어야만 하는 심적 고통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심리적 기제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의견이지만, 사실 손실회피성향은 사람의 뇌가 가진 메카니즘과 진화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우리 뇌에서 두려움은 본능과 감정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인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변연계에 의해서 곧바로 느껴지고 반응한다. 반면 이득에 의한 기대는 보상 회로가 관여하는데 이 경우에는 전두엽과 선조체, 중뇌,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 등 다양한 부분이 관련된 다소 복잡한 시스템이 관여한다. 즉 손실에 대한 두려움은 즉각적이며 다소 무조건적인 감정적 반응에 속하는 반면 이득에 대한 기대감은 학습적이고 충동적이며 조건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손실이 관여되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일단 손실에 대한 두려움 내지 거부감은 본능적이고 감정적으로 느껴지고 우선적으로 반응되어지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고 억누를 수 있으려면 충분히 큰 강도의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진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끼는 심리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거나 지나치게 낮다면 간혹 있을 수 있는 큰 이득을 통해서 긍정적 감정이나 경제적 성취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는 확률로 일어나는 손실로 인해서 성취는 물거품이 되고 생존까지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백 퍼센트 확실한 근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지라도 일단 손실에 대한 가능성을 체크함으로써 실패의 확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다 높이는 기제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 시 손실회피성향이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에 의해 주목 받기 시작하고 있는 개념이 ‘손실주목’이다. 손실주목은 손실이 관여되는 사건에 대해 더욱 주의와 주목을 기울이는 성향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가 가격이 게재되는 사건에서는 손실주목이, 높은 가치나 가격이 관여되는 사건에는 손실회피성향이 발견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된 이론이나 실험결과는 앞으로 계속 지켜 보아야 할 것 같다.


 

[ 참고문헌 ]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 (4): 263–291. 

대니얼 카너먼. (2012).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이준구. (2017).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 RHK.

도모노 노리노. (2007). 행동 경제학.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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