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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다. 굳이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라고 한 것은, 실제 실천하는 데에는 모자라기때문에 억지로 묘사해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과감한 행동의 추진 앞에 버티고 서 있다. 따라서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은 내 기준 안에서만 버둥거리며 하고 있다.


사실 미니멀라이프는 일차적으로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쓸모 없는 것들은 버리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쓸모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 각자의 기준과 관점에 따른다. 물론 너무 관대한 기준을 두면 미니멀리스트를 가장한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것들을 버리고 나면 내 주위의 환경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그 변화는 나의 정신세계와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정신적인 세계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 아우라의 확산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신적 미니멀라이프이다. 물질적 미니멀라이프에서 시작된 정신적 효과와 마찬가지로 정신적 미니멀라이프도 물질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위에 쓸 데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마음 속에도 쓸데 없는 것들을 치워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개개인의 성격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인 원인이 더 크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 들어오는 정보들, ‘사회생활’과 ‘공동체’라는 프레임 속에서 개인들에게 주입되고 강요되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마음 속에 차곡 차곡 쌓여만 간다. 문제는 이를 정리하고 버릴 시간이나 여유가 없거나, 아예 그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도 용량이 있다. 적정 용량이 넘치면 폭발해 버린다. 제때 비우지 못하면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자주 비우고 정리해야 한다. 필요 없는 악성 생각들은 아예 마음 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입구에서 걸러내야 한다. 이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먹고 살기 바쁘고 경쟁하기 바쁘며 짬을 내면서도 무언가 쫒기듯 스마트폰과 디지털 컨텐츠를 우겨 넣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면 쓰레기는 저 구석에 점점 더 쌓여 쳐박혀 가고 나중에는 꺼내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묻혀 잠재의식 속에 나의 정신과 하나가 된다. 내 정신적 오염의 깊이가 너무 깊어진 그 때에는 어떻게 손 쓸 방도조차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고, 일상 하나 하나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로 몸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정신적 환자들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정신적 미니멀라이프가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되는 일은 없다. 의지를 갖고 자발적 의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우리 정신과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순간 순간마다 이것들 중에서 쓸데 없는 것들을 걸러내야 한다. 내 정신건강에 이로운 생각이나 기억들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자신이 잘 안다. 어떤 것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걸러내진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트라우마와 비교될 정도로 강하고 깊게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이러한 쓰레기 기억과 생각들을 버릴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늘 깨어 있는 의식이란 것은 바로 이러한 쓰레기들을 자주 봉투에 담아 우리 마음 밖 먼 곳으로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수많은 스트레스는 경험을 기억하는 생각과 마음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것들은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갖고 있는 대표적인 쓰레기들이다. 이 쓰레기들을 치우는 작업을 늘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에 되는 일은 아니다. 계속 반복하고 노력해야 한다. 가지고 갈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생각과 좋은 기억들(물론 그것들 중에서도 진짜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들은 얼마 되지도 않지만)도 차고 넘치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까지 지고 살아가야 할 일은 없다. 지금 당장 정신적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첫 발을 내딛어 보는 게 어떨까.




[ cover image via Unsplash @ruslanbard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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