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쓴 글들을 나중에 읽어 보면 언제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 오타나 비문이 마구 발견되기도 하고 어떤 글은 논리구조가 참 어설프다. 수정을 해도 그런 참혹한 결과가 나오니 어떤 때에는 난감함을 넘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건 종점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오그라드는 손을 참아가면서 오늘도 쓴다. 글을 쓰는 게 늘 어렵다지만,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 하나 제대로 올리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막막하고 두려웠던 적이 있다. 사실 이전에 워드프레스와 관련된 매뉴얼 성격의 전자책을 하나 냈었다. 그 책은 내가 수행하던 일의 과정을 독자에게 알려 드리는 일종의 매뉴얼 내지는 교재 같은 성격이어서 쓰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그 경험을 마치 글 쓰는..

요즘 TV 시청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유튜브를 보는 시간은 꽤 늘어나고 있다. 어디에선가 보니, 이는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이라고 하던데, 그만큼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매스미디어와는 또 다른 맛, 색다른 재료와 형식, 언제든 골라 볼 수 있는 편리함과 간편함 등등. 유튜브를 통해서 매력적인 사람들의 맛깔나는 콘텐츠들을 즐기는 데 요즘 푹 빠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다섯 곳의 채널들을 간단 간단하게 소개해 보도록 한다. 1.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 제가 정말 최애하는 채널이다. 책들을 소개하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 및 연관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여기 책방지기님은 김겨울 님..

이맘때 즈음이면 언제나 나를 찾아 오는 손님이 있다. 결코 반가운 손님은 아닌데, 그건 바로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볼 일이 있기도 하고 하늘도 무척 맑기에 엊그제 하루는 비교적 오랜 시간 길을 걸었다. 예상 외로 바람이 꽤 불었고, 그 속에 꽃가루들이 자유로운 유영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코 속으로, 입 속으로 몇 놈들이 불시착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햇살도 쨍쨍해서 눈이 꽤 자극을 받은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밤부터 코가 심상치 않고 목이 만나는 부분이 불편해 오더니 이내 콧물과 코막힘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잠을 잘 자고는 아침부터 안과에 가서 눈 종합검사를 받고 낮에는 볼 일을 보고 들어왔다. 그런데 가뜩이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시작되려던 찰나에 눈 검사를 ..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늘 비슷한 풍경을 경험합니다. 모든 분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죠.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거의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 때의 저도 똑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잘 보지 않습니다. 통화를 하거나 업무상 필요할 때에만 사용합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잘 보지 않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제 스마트폰의 속도가 느리고 성능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5년이 넘은 기종이다보니 서서히 생명을 다해가는 느낌입니다. 사용하는 게 더 스트레스일 때가 많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눈이 피곤해서입니다. 별로 좋지 않은 광원에 조그마한 화면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면 조금 지나서 눈이 침침해지고 건조해지는 걸 느..
저는 물건을 좀 오래 쓰는 편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가치관이 변화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위에서도 저보고 물건을 오래 쓴다고 하는 걸 보니 단지 저만의 착각은 아닌가 봅니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은 6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정기간은 오래 전에 만료되었고, 단말기 자급제 할인을 받아 매달 상당히 저렴한 요금을 냅니다. 이 모델은 다행히도 배터리가 탈착식이라 개통할 때 받았던 2개의 배터리로 충분히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버티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어 반드시 여분의 배터리를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 스크린의 터치 반응 속도도 눈에 띄게 둔감해져 있고 데이터 로딩도 초기에 비해 많이 느려졌습니다. 하지만 일상적..
우리는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 이야기다. 비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뿐이 아니다. 기억, 정보, 관심, 감정의 찌꺼기 등 정신적인 것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하다. 넘치게 소유한다고 생명과 건강에 특별히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곰팡이와 세균이 뒤덮인 오물 투성이로 집이 가득차는 정도만 아니면 말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경우는 다르다.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심지어는 가정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 상호작용은 사람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다. 온갖 매체와도 쉴 새 없이 정신적 상호작용을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기들을 통한 ..
능률을 안전보다 우선시하고, 물질을 정신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돈을 사람보다 귀하게 여기며, 평화와 안정보다 쾌락과 번잡함을 즐긴다. 이는 곧 희생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낳으며 정신이 물욕의 노예가 되어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의 자존감을 산산조각내어 버리며 영혼의 진리를 멀리하게 만든다. 사실 이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 있고 어쩌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껍데기가 모든 곳에 덧씌어져 있어서 선뜻 나서지 않는 미필적 고의를 감수하고 있다. 사람이 물질을 만들었는데 물질이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고 사람이 제도를 만들었는데 제도가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고 사람이 종교를 만들었는데 종교가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고 사람이 법을 만들었는데 법이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고 사람이 이념을 만들었는데 이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