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를 때 구매자들의 후기에 영향을 받는가?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남들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음식이나 영양제는 무조건 안심하고 먹는 편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비교적 사회적 증거에 민감한 편이다.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는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 등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 행동, 태도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 생각과 꽤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주위의 많은 이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함에 따라 내 생각을 바꾸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어쩌면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나름 이유 있는 행동일 수 있을..

그는 첫 직장에서 근무할 때 엄격한 상사와 강도 높은 업무 때문에 고생스러웠다. 하지만 퇴사 직전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많은 동료와 상사들에게 격려와 축하를 받으면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그 직장에서의 경험은 꽤 보람되고 나름 즐거웠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반면 두 번째 회사는 첫 직장보다 출발도 수월했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었다. 업무도 적성에 맞고 사내 인간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직속 상사의 돌발 행동으로 억울한 일이 한 번 있었고 마지막에는 대표와의 갈등과 약속에 대한 배신으로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분노를 품고 퇴사를 하고 말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그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평화롭고 원만했던 경험에 관한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불쾌한..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 최근 일어났던 흉악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와 한참 나누고 난 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는데 ‘범주’라는 단어가 순간적으로 ‘범죄’로 보였다. - 옆에 앉아 있는 꼬마 아이의 미소를 보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며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친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놀랍게도 그 아이의 이름도 생각이 났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피자, 쫄면, 햄버거, 라자냐 등의 사진을 보여준 후 약 1분 뒤에 ‘스파’로 시작하는 네 음절의 단어의 뒷부분 두 글자를 채워 넣어 보라고 했다. 요청 받은 세 명 모두 ‘스파게티’라고 대답했다. 다른 세 명에게는 그리스, 로마, 힘 세 보이는 장수, 중세군인 사진을 보여준 후 역시 동일한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세 명 중 ..

우리는 대부분 ‘감각’과 ‘지각’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구분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감각과 지각은 각각 무엇이며 어떤 점이 다를까? 우리 몸에는 수많은 감각기관과 감각세포들이 있다.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의 오감은 감각세포들로 이루어진 감각기관들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감각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복잡한 체계가 연관된다. 감각기관에 의해 수용된 감각 신호들은 온 몸에 수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신경망을 통해서 뇌로 전달된다. 다양한 종류의 감각들은 저마다 뇌의 다른 곳에서 그 신호들을 받아 들인다. 그 곳들은 감각중추들로서 이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감각을 온전히 수용하게 되고 느끼게 된다...

2007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가 fMRI를 이용해서 사람이 구매 활동을 할 때 뇌의 변화를 촬영한 연구는 이미 많은 책과 자료에서 다루어져 잘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구매 충동을 유발하는 상품을 보면 동기 보상 경로의 중심축인 측좌핵이 활성화되고, 곧 이어 그 상품의 가격을 확인하게 되면 내측 전전두피질과 함께 섬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섬엽은 고통을 감지하는 부위다. 즉 멋진 상품을 보면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보상을 예상하여 쾌락의 기대감을 느끼는 반면,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할 금액을 보는 순간 이성의 방에 불이 켜지면서 동시에 돈의 손실에 대한 고통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고 싶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그것을 가졌을 때 얼마나 ..

늦더위가 꼬리를 내리고 나니 가을 장마라는 손님이 찾아 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출근 길 도로 위에 움직임이 굼뜬 차량들이 줄을 이어 가다 서다 하고 있다. 정체를 예감하고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바쁘게 내리는 빗줄기와 달리 유진의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수색을 지나 연세대 정문 앞에 다다르면서 정체가 조금 심해지는 듯하다. 몇 달에 한 번 광화문 본사에 회의를 들어갈 때면 여지 없이 지나게 되는 연세대는 유진의 모교다. 늘 바쁜 직장 생활 탓에 모교 앞을 지난다고 해서 특별한 느낌을 가진 적은 딱히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물방울이 쓸리는 차창 너머로 비치는 정문의 풍경이 오늘따라 눈에 띈다. 그 때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낯 익은 음악이 들려 온다. 임현정의 ..

카피라이터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글꼴에 대해 관심이 큰 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글꼴의 취향에 있어서 호불호가 명확하며, 글꼴 사용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같은 글자와 내용도 인쇄나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글꼴의 종류, 두께, 크기, 색상 및 기타 부가적 연관 요소들에 따라 독자에게 주는 가독성이나 의미, 영향 등이 다르다. 따라서 상품이나 마케팅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글꼴의 사용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글꼴에 관련해 몇 가지 흥미로운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해 본다. 2008년 미시간 대학교에서 심리학자인 송현진과 노버트 슈와르츠는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심플해 보이는 글자와 복잡해 보이는 글자가 각각 수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결국 졌구만. 거봐 내 그럴 줄 알았어! 이기기 힘들 거라고 내가 그랬지?” “그 사람, 크게 될 줄 내 이미 예전부터 알아 봤지.”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저 선수가 해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고 보면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필연적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대화나 방송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보거나 자신이 직접 스스로 내뱉어 본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이 말들에 담긴 의미는, 내가 어떤 일이 일어날 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러한 선견지명 능력 또한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예지력에 대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으로부터 은근한 동조와 경외를 기대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때로는 그저 결과에 대해 답답하거나 기뻐서 큰 의미를..

끝자리나 소수점까지 정확히 표현된 숫자보다 반올림이나 버림을 해서 어림수(예를 들면 10, 50, 100 등)로 표현된 숫자가 더욱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지어는 목표로 한 성과를 백분율로 표현할 때 51퍼센트를 50퍼센트로 나타내는 것이, 오히려 정확하게는 성과를 더 축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전 수행자들은 성취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주립대학교 카슨 비즈니스 칼리지의 마케팅 부교수인 쿤터 구나스티(Kunter Gunasti) 팀은 최근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마케팅 레터스(Marketing Letters) 최신호에 발표했다. 구나스티 교수에 따르면, 주로 십진수로 표현되는 어림수는 우리에게 완성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즉 한 자리 숫자나 소수점까지 ..

금융파생상품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그 가치가 변동하는 데 따라서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입는 금융 상품이다. 본래 기초자산을 거래하는 당사자들의 위험을 헤지(대비 또는 회피)할 목적으로 탄생되었지만 머리가 똑똑하고 탐욕에 찬 금융 관계자들은 이를 잘 이용하면 꽤 큰 수익을 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고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 금융파생상품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판매되어 오고 있는데 그 인기의 이유는 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수익추구형 금융파생상품은 대부분 그에 상응하거나 때로는 오히려 더 높은 위험성이 확률적으로 늘 함께 한다. 비록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