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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실질 퇴직 연령은 정체하거나 낮아지는 중이다. 이는 곧, 은퇴하고 상당히 오랜 세월을 직장 없이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첫 직장을 잡기 어려운 청년 실업률만큼이나 직장에서 쉽게 잘리고 일찍 퇴직을 강요당하는 비자발적 조기은퇴율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암울한 현실도 이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독립적인 경쟁력과 생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떠밀리듯 직장 생태계 밖으로 밀려 나온 40대에서 60대 초반 직장인들은 생계 문제의 짐과 더불어 만만치 않게 남은 수십년의 여생을 보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아직은 완벽히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기에 일단 조급함과 조바심에 압도당하기 쉽다. 결국 이러한 상황과 여건은 시스템적으로 적응하기 쉬운 프랜차이즈나 기존의 탄탄한 매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높은 권리금의 식당 등에 유혹당하기 쉽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생계형 자영업자의 숫자 증가로 이어져 경쟁을 심화시켜 수익을 악화시키고 폐업률을 증가시킨다는 데 있다. 더불어, 수 년 내지는 수십 년 동안 각자의 직장에서 쌓아 왔던 경력과 노하우를 재사용하거나 업그레이드시킬 수 없음으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포텐셜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은 정말 유능한 인재들이다. 경험과 경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다. 그들이 자신의 경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거나 일 자체를 아예 할 수 없게 될 경우에는 그러한 무형의 사회적 자산들이 완벽하게 낭비되는 셈이다. 즉,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급박하고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경제계가 발벗고 나서서 이들의 재취업률이나 재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말 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효율적인 세부방안을 수립해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므로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 


비자발적 실직자나 조기 은퇴자들 자신도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공감하고 지원이 된다 하더라도 스스로 노력하고 찾지 않으면 결과를 낼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무조건적 생계형 자영업 진출 식의 경력 단절형 창업 패턴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인 창업 계획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데 편한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고 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일이다. 험한 정글에 들어서야 하는 일이다. 하나의 세계를 끝내고 완전히 다른 프레임의 새로운 우주로 보내지는 일이다. 이렇게 중요하고 심각한 변화를 온 몸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조급함에 일을 그르쳐야 하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누구나 다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록 완전히 자발적인 아니지만 일단은 주어진 두번째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 심각하고 체계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경력을 살리는 일일 수도 있다. 경력과는 무관하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숨겨 왔던 꿈을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일이지만 남은 내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어떠한 일이든 다시 주어진 두번째 일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의미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꾸려 나갈 창업이라면 더욱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또 하나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삼십대와 달리 40대 이후는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리이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인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창업에는 지식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지혜와 경험은 지식에 날개를 달아주고 리스크를 줄여 준다. 창업에 안성맞춤이라는 연령따위는 없다. 미국의 경우 중장년층의 성공률이 청년층의 창업 성공률보다 높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 가는 데 있어 쓸데 없는 선입관이나 소심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은 TED의 한 강연이다. 강연자는 66세에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이다. ‘자신을 재창조하는 데 있어서 너무 늦은 나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분은 상식적인 의미에 있어 꽤 늦은 나이에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감행했다. 물론 준비 없이 실행에 옮긴 건 아니다. 무모함은 과감함과는 별개다. 어쨌든 그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워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만들어낸 것은 단지 회사아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창조해 낸 것은 자신에 대한 재발견과 또 하나의 인생이라는 점이다. 단 7분의 시간만 필요하다. 꼭 한 번 시청해 보기 바란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영어를 몰라도 된다. 화면 바로 아래의 ‘Transcript’ 탭을 누르면 하단에 무려 25개의 언어 자막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맨 밑에 한글을 선택하면 이 분이 말하는 모든 내용이 빠짐없이 한글로 표시된다. 급하신 분들은 그 글을 빨리 읽어내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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