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읽기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

주형진 2018. 3. 2. 18:52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다는 건 들인 노력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빨리 읽는다던가 많이 읽기 위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속독을 하던 정독을 하던, 책을 읽는 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습득하려는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목차’다. 나는 심지어 목차의 중요성이 50퍼센트 이상이라고 말한다.흔히들 목차는 그냥 넘어간다. 건너뛰고 바로 본문 첫페이지를 향한다. 교재나 수험서, 기술서 등은 상대적으로 목차의 중요성이 덜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류의 책들도 목차를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목차가 중요한 이유는 책 속의 세상 여행을 위한 ‘지도’이기 때문이며, 주제를 핵심적으로 모아둔 문구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책은 수백 페이지가 넘어간다. 나무라기보다는 숲이다. 숲 속을 걸어가면서 감상에 빠지다 보면 길을 잃는다. 내 위치도 잃고 숲을 걸어가는 의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세이집이나 단편소설집 등과 같이 독립된 여러 글들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책은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괄된 목적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각 ‘장’들은 제목이 있으며 제목은 핵심주제를 담고 있다. 제목만 차례로 모아둔 목차는 결국 주제의 흐름이고 핵심 주장이며 내용의 골격이다. 즉, 목차를 잘 보면 그 책이 말하는 이야기 숲의 길이 보인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확인하는 것은 사전답사이기에 중요하다. 저자가 어떤 내용을 말하려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는지 미리 확인하고 책을 읽으면 흥미도도 높아지고 내용의 이해도 빨라진다.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도 수시로 목차를 들춰가며 확인한다.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또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부분에 몰입되어 전체적인 흐름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책의 내용은 마치 유기체와 같아서 각 부분의 존재 가치는 전후와 전체적인 맥락에 의해 가치가 더해기지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적어도 꼭 한 번쯤은 목차를 펼쳐 놓고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쓱 훑기만 해도 장기기억소에 완벽히 저장되는 천재가 아닌 이상, 아마 읽었던 내용들이 가물가물할 가능성 많다. 수험서와 같이 암기가 주된 목적인 경우를 빼면 우리는 대부분의 책을 암기하려고 보지는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혜와 지식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 책을 본다. 책을 다 읽고 그냥 덮어 버리면 필요한 많은 부분이 그냥 배설되어 버린다. 책의 영양분을 최대한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목차를 다시 펼쳐서 기억을 상기시키고 그 중 다시 되감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살짝 그 페이지를 펼쳐 보도록 해라. 그러면 그 내용은 다른 부분보다 더 깊게 내 것으로 소화된다. 이렇게 목차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면서 해당되는 부분의 내용을 되새김질해 보면 전체적인 내용이 흐름도처럼 머리 속에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후기를 써보도록 한다. 후기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길고 심오하게 쓰라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해한 흐름을 적어 내려가면 줄거리가 된다. 그리고나서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간략히 의견을 덧붙이면 된다. 꼭 비판적일 필요도 없고 학구적일 필요도 없다. 이러이러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식도 좋다. 이래저래 귀찮으면 꼭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구들을 나열하는 것도 좋다. 후기를 직접 써보는 것은 희미하게 머리에 이해한 것을 구체적으로 눈 앞에 그려 보는 일이다. 이 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필요한 영양분의 엑기스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brandi1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