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떤 것을 정말 미치도록 갖고 싶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뚜렷이 원하는 게 아니더라도 이것 저것 사들이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적도 있죠.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유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상을 손에 넣고 싶어 합니다. 저마다 그 정도는 다르며, 그러한 욕구가 특히 강한 분들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욕구에 사로잡힐 때에는 상당히 비이성적인 상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무언가에 꽂혔을 때에는 그것을 가지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을 듯 하다가도, 막상 내 손에 들어오고 나면 기대했던 것보다 소유에 의한 쾌감은 오래 가지도 않고 그렇게 강하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자주 지름신이 강림하고 그 욕망의 유혹에 정복당하기 일쑤입니다.

 

얼마 전, 이러한 소유 본능에 대해 혁신이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연구진들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님과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님이 이끄는 연구진들이 ‘소유’와 ‘집착’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를 밝혀낸 것입니다.

 

그 곳은 우리 뇌의 시상하부 중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라고 합니다. 전시각중추 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로 흥분 신호가 전달되어 소유와 집착 행동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이 회로를 ‘엠피에이-피에이지(MPA-PAG) 신경회로’라고 하는데요, 이 회로를 억제하면 소유욕과 호기심이 감퇴되거나 사라지는 것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할 때뿐 아니라 먹잇감을 사냥할 때에도 이 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결국 단순한 소유욕과 식욕이 뇌의 동일한 부분의 기제가 작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물욕과 식욕의 비례적 연관성에 대한 궁금증도 풀릴 수 있을지 조금 기대가 되네요.

 

사실 적정한 수준의 소유욕과 집착성향은 성취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과 인내심은 성공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독적 수준에 이르게 되고 이 경우는 이성으로 제어가 힘든 신경정신계적 ‘질병’이 되기도 합니다. 그 정도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고 극복에 대한 의지가 강해도 고치기 쉽지 않은 수준이 되고 맙니다. 쇼핑중독증, 저장강박증, 수집강박증, 도벽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본인의 각성과 의지, 그리고 주변의 도움과 체계적인 심리적 치료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거나 여러 여건들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 의학적인 처방과 처치가 필요할텐데, 이번 연구가 그와 관련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을 물건 취급해서 상대방을 소유하려 하고 집착해서 스토킹이나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곤 하는데, 이 연구가 그러한 질병과 범죄에 대해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아래는 본 연구진들이 쥐의 전시각중추를 자극해서 쥐의 소유욕과 집착욕을 자극하는 실험 영상입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freestocks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