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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 없이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 오히려 잡생각이 더 끓어 오릅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마치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생각은 의식적 차원뿐 아니라 무의식적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쉐드 햄스터드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사람이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하는지 연구한 결과 약 4만에서 6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분당 30~40 가지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깨어 있는 동안 하는 생각의 수는 더 많다는 말이 됩니다. 생각이 1초에 한 가지만 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우리는 거의 매 순간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것입니다. 사실 잠깐 스치는 감정이 일으키는 생각도 생각이고, 고민에 빠져서 무언가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도 생각이니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중요한 점은, 삶에서 끊임 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이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유익하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꽤 많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긍정적인 생각만 좋고 부정적인 생각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도 종류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의심,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부정적 분석,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들 것 대한 주의 등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거나 근거를 찾기 위한 생각들은 오히려 근거 없이 지나친 긍정적 생각보다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은 근거 없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정도가 심각한 부정적 생각들과 필요 없을 때에도 불쑥 치고 들어오는 잡생각들입니다. 정도가 심각한 부정적 생각들은 우리의 기분을 해치고 행복감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긍정적 생각들을 휘감아 덮어 버립니다. 잡생각들은 마땅히 집중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나마 휴식을 취할 때 사소하게 올라오는 잡생각들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의 휴식 시간을 줄여 버립니다.


그러한 생각을 이른바 ‘쓸 데 없는 생각들’이라고 저는 이름 붙입니다. 쓸 데 없는 생각의 종류는 참 많습니다. 헛된 망상들, 부질없는 욕심에 의해 일어나는 생각들, 이미 벌어져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에 대한 후회들, 끊임 없이 올라오는 화가 딸린 생각들 등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나름 이런 패턴의 생각들은 참 쓸 데 없는 것이라고 표지를 붙여 놓은 생각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표지를 붙여 놓은 것은 추상적인 구분이 아니라 보다 구체화를 시켜 놓으면 순간순간 알아차리기 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2가지 생각은 바로 ‘~하면 어떡하지’와 ‘~했더라면 좋았을텐데’입니다.


이 두 가지의 생각은 너무 간단하고 명확해서 특별히 사족을 달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면 어떡하지’는 미래에 대한 걱정, ‘~했더라면 좋았을텐데’는 과거에 대한 후회입니다. 두 가지 생각의 공통점은 첫째, 현재에 기반한 생각이 아니라는 점, 둘째, 생각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 셋째, 또 다른 상념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저 두 가지 종류의 생각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합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하루만 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 패턴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정말 그렇지 않다면 그건 매우 긍정적이고 건강한 생각 패턴을 갖고 계신 겁니다.


저는 한 때, 아니 그리 오래 전도 아닌 때에, 저 두 가지 종류의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제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자각했습니다. 위의 공통점에서 볼 수 있듯이 ‘~하면 어떡하지’와 ‘~했더라면 좋았을텐데’는 현재를 충실히 살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는 분들에게는 정말 쓸 데 없는 종류의 생각입니다. 저 생각들이 많이 일어날수록 현재에 대한 충성도의 비중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생각들이 우리 삶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가 없습니다. 반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결심을 해서 의지를 다지는 것도 아닌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문제는, 이 두 종류의 생각들은 또 다른 부정적인 생각이나 더 깊은 상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 벗어나 망상적이고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점점 넓게 펼쳐 나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생각이란 것이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기에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우리는 보다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저런 생각들을 다룰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주 우리 의식을 생각에 집중시켜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생각에 저런 종류의 것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리면 그 생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또 하고 있구나, 라고 말입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재빨리 그 생각을 버리면 됩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바라본 후 살며시 내 마음 속에서 바깥으로 나가도록 놓아주면 됩니다. 사실 이 행위가 난해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런 종류의 생각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단 깨닫고 그 생각들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순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내 머리 속에서 강도가 옅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명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우리의 정서와 뇌 건강, 마음 건강과 발달에도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좋은 것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것이 있고, 적정한 것이 있는 반면 지나치거나 모자라 문제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보다 알차고 행복한 지금을 살아 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도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먹여 가면서 살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martz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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