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뇌신경세포, 이른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출생하면 뉴런의 개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노화와 함께 줄어들기는 합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결국 뉴런의 개수는 출생 후 뇌의 발달이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의 발달과 변화에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뉴런들의 연결’입니다. 뉴런은 수상돌기와 축삭돌기를 통해서 다른 뉴런들과 시냅스를 이루며 수많은 신호와 정보들을 주고 받습니다. 뉴런들이 연결된 것은 마치 회로와 같습니다. 이 회로 다발들은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출생 후에 배선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놀라운 것은, 갓난아기의 뇌에서는 매초 무려 약 200만 개의 시냅스가 새로 생성되며 2살 아기의 시냅스가 무려 100조 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믿어지십니까?


특이한 점은, 이 때 만들어진 시냅스들은 이후 유년기 내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려 50퍼센트 정도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뇌가 퇴화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극대화된 시냅스들 중에서 사용되지 않고 필요없는 것들을 쳐내는 과정이니까 말이죠. 즉 뇌의 효율화 과정입니다. 이른바 ‘시냅스 가지치기’라고 부릅니다.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영약하고 경이로운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약 25세 정도가 되면 뇌의 발달이나 변화가 거의 완성되어 변화가 더 이상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믿는 뇌과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뇌는 우리의 일생동안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뇌의 구조와 기능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바로 ‘뇌의 가소성’ 또는 ‘신경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뇌를 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인자들이 뇌를 변하게 만드는 걸까요? 그 인자들을 알면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하거나 심지어는 제어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위대한 뇌과학자들의 지난한 연구 결과 뇌를 변화시키는 인자들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은 경험, 인지, 학습, 습관, 물리적 충격 등입니다. 즉, 경험하거나 배우고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들에 의해 우리 뇌의 회로들은 꾸준히 변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죠. 게임을 좋아해서 계속 하게 되면 관련된 뇌 부위의 뉴런들이 활성화되고 네트워크가 생성 및 강화됩니다. 실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하는 피험자의 뇌 부위 중 해마와 부해마에서 크기와 관련된 구조적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만약 피험자가 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오래 반복하게 되면 그 구조적 변화는 강도도 더 커지고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이러한 뇌의 가소성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져 준다고 생각합니다. 뇌가 우리 일생동안 늘 변화하고, 그것이 경험이나 학습 등 여러 환경적 인자들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록 제한적이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우리 자신의 뇌가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게 할 것인지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일부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나의 뇌로 하여금 내가 의도적으로라도 원하는 경험을 지속하고 학습을 반복하며, 원하지 않는 환경을 가능한 한 피하도록 만들어 준다면 내가 원하는 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해당 부위의 발달에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있기도 하지만 뇌도 마치 근육처럼 원하는 기능과 구조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흥분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뇌를 변화시키는 주도권을 내 마음이 갖는다는 것, 참 멋진 일 아닌가요?


그럼 그 구체적인 방법은 뭘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인자들에 대해 말씀드렸죠. 경험이나 학습, 습관이나 인지 등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향상시키고 싶은 능력이나 정서 등이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경험을 계속하고 꾸준히 연습을 하면 됩니다.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이 곧 나의 뇌가 됩니다. 신경회로는 자꾸 불러주면 성장합니다. 반복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반복할수록 시냅스의 연결되는 힘은 강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기능이 관련되는 신경의 뉴런들의 네트워크를 성장시키고 강화시킵니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고 반복하지 않는 기능들의 부위는 차츰 퇴화됩니다. 성인기에도 시냅스 가지치기는 꾸준히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예로, 분노나 두려움에 자꾸 노출이 되면 해당 정서가 자극을 받는 부위의 뉴런이 계속 활성화되고 회로의 연결이 강해집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분노나 두려움에 더욱 민감한 신경회로가 성장하게 되고 기능이 활발해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의 뇌는 더욱 약한 자극에도 분노나 두려움이라는 반응이 쉽게 표출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뇌를 갖고 싶어하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뇌의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며, 따라서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그런 자극이나 환경에 가급적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노출된다 하더라도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금 나의 뇌는 내가 살아온 여정의 흔적입니다. 내가 좋아서 한 일들을 담당하는뉴런 다발 네트워크는 힘차고 강렬하게 살아 숨쉬며 에너지를 내뿜고 있을 겁니다. 반면 내가 원하지 않기에 마주치지 않던 일들을 담당하는 회로들은 숨을 헐떡이며 꺼져 가는 촛불마냥 위태로운 상태로 버티고 있겠죠. 마찬가지로 앞으로 변화해 나갈 나의 뇌는 내가 지금부터 만들어나갈 나 자신의 역사를 담아 낼 겁니다. 내가 부르는 뉴런은 나에게 응답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질 겁니다.


원하신다면 자주 불러 주세요. 나의 뇌, 나의 뉴런들은 그 부름에 분명 기꺼이 응답할 겁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halgatewood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