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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해독주스라는 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몸의 독소를 없애는 성분들을 풍부하게 담은 주스를 만드는 것이죠. 건강을 해치는 주 원인 중 하나가 알게 모르게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 나쁜 성분, 즉 독성 성분이니까 그 성분들을 중화시키거나 몸 밖으로 빼내 주는 영양분이 듬뿍 담긴 해독주스를 먹어 주는 것이죠. 여기에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독’은 몸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몸 속에서 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독성 물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에 있는 독입니다. 마음의 독은 몸 속의 독성 물질과 마찬가지로 마음 속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면서 정신적, 정서적으로 해를 끼치고 다닙니다. 그 독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몸 속의 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만, 마음의 독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 공동체, 나아가서는 사회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불교사상에서는 우리 마음 속의 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세 가지로 들고 있습니다. 바로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탐(貪), 진(瞋), 치(痴), 이른바 삼독(三毒)이라고 해서 매우 경계합니다. 


탐욕은 지나친 욕심입니다. 적당한 욕심은 의욕을 불러 일으키고 성취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만들죠. 욕심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지극히 이성적이고 적정한 수준의 욕심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탐욕은 그 정도가 지나치며 집착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탐욕은 마치 술이나 마약과 같아서 절제를 하지 못하게 만들뿐 아니라 또 다른 탐욕을 낳는 악순환 고리를 만듭니다.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 대상 이외의 건전하고 유익한 다른 가치관들까지 희생시키는 무서운 독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탐욕이 독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면서도 늘 자기도 모르게 빠져 든다는 것입니다. 돈에 대한 탐욕, 성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탐욕 등등 셀 수 없는 종류의 탐욕이 우리의 삶 내내 우리를 유혹합니다. 건전한 대상에 대한 탐욕도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이나 사랑 자체는 아주 건전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욕심도 지나치면 정신과 몸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주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분노는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화입니다. 화라는 것 역시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죠. 우리는 로보트나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정서와 감정이 있기에 인간이죠. 그 정서와 감정에 화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고, 화를 내는 것을 통해서 내면의 응축된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방출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나치면 지극히 폭발적이고 자제할 수 없는 분노가 되어 버립니다. 분노는 순간적으로 자신을 먹어 치워서 모든 자제력을 지워 버립니다. 분노에 휩싸여 있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그것에 완벽하게 정복당해 있습니다. 분노 역시 탐욕과 마찬가지로 더 강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또 다른 분노를 일으킵니다. 이 악순환은 우리의 뇌에서 분노를 절제하는 회로를 점점 망가뜨려 결국에는 분노밖에 남은 것이 없는 좀비와 같은 비정상적 정신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 버립니다. 


어리석음은 현상과 진리를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어리석음입니다.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죠. 사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이도 전지전능해서 세상의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스로 어리석음을 깊이 깨달아 늘 겸손한 마음을 품고 진실을 탐구하며 쓸데 없는 고집이나 선입관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은 각기 다른 것 같아도 실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서로를 불러 일으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탐욕하게 되지만 그런 탐욕은 한계가 없기에 지속적으로 우리 마음 속에 욕구불만을 일으킵니다. 욕구불만은 쌓이고 쌓이면서 화의 덩어리를 키우고 결국에는 마음을 온통 분노의 용광로로 변화시키죠. 이런 분노에 찬 마음은 자기 자신과도 갈등을 일으키고 타인이나 사회와도 갈등을 불러 일으키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욱 편협하고 불균형적으로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을 어리석게 만드는 원인이 되며 그 어리석음은 다시금 다른 탐욕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즉, 탐진치 이 세 가지의 마음 속 독은 서로를 불러일으키고 상호작용하며 악화시킵니다.


분명, 우리 마음 속 세 가지 독은 꼭 극복해야 하고 늘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우리가 바로 그 인간이라는 종이기에 삼독에서 쉽고 완벽하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독이 우리 마음 속에 이미 잠재해 있다는 것을 깨달아 순간 순간 노력을 통해 독이 발현되는 것을 최대한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입니다. 이 삼독도 우리가 풀어주고 반복해서 발현되도록 내버려두면 이 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 회로가 증폭되게 만드는 비극을 겪게 됩니다. 무서운 독이 나의 뇌를 온통 점령하지 않도록 늘 알아차리고 챙기고 노력해야 합니다.


몸의 해독만큼, 아니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해독이라는 사실, 늘 마음에 담아 두시기 바랍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kushagrakev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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