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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인의 뇌에서 새로운 뉴런(뇌세포)이 생성되는지에 관해 서로 상반된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다소 의아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먼저, 지난 3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이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3세의 뇌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양의 뉴런이 생성되며 18세 이상의 뇌에서는 새로운 뉴런이 생성된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성인들의 뇌에서는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지 않으며 설사 생성되는 일이 있더라도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도 지나지 않은 4월 5일에 미국 컬럼비아대 마우라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지를 통해서 상반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진은 평소에 특별한 질병이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사망한 사람들의 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성인의 뇌에서도 새로운 뉴런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심지어는 나이가 많은 노인(79세)의 뇌에서도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위의 두 연구팀들은 모두 뇌의 해마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해마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 과정 및 공간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입니다. 해마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이 부위가 치매와 같은 뇌질환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으며 인간의 뇌 중에서 뉴런의 변화가 가장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즉 해마의 뉴런이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억 기능과 연관이 밀접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치매의 치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같은 부위를 분석했지만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두 연구에서 분석 대상이 된 뇌의 주인들의 특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이 대상으로 한 뇌는 어떤 조건이 특별히 없는 사망자들과 뇌전증을 앓다가 죽은 사망자의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은 평소에 전혀 지병이 없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뇌들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해마의 3개 ~ 5개 지점을 조사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에 비해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은 수학적인 모델을 사용해서 특정 단백질의 분포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해마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두 연구진들은 조사하기 전에 뇌를 보존, 고정,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화학물질과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비록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의 연구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점은 뇌 혈관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뉴런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신호를 주고 받으며 회로 연결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혈관입니다. 아무리 뉴런이 많아도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뇌 혈관 생성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비록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뉴런들의 생성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이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뇌혈관들이 충분한 정도로 생성되지 못하고 뉴런들 간의 연결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뇌의 인지기능과 기억기능이 유지 및 복원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성인기에 있어서의 새로운 뉴런의 생성 여부는 그 동안 뇌과학계의 단골 이슈였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뇌과학 연구의 수준과 함께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들이 엎치락 뒤치락 등장해 왔습니다. 특히 다른 포유류 동물들의 뇌에서는 성장 후에도 뉴런이 생긴다는 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러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새로운 뉴런이 생긴다는 것과 뉴런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망이 생성되고 변화된다는 것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는 이른바 ‘뇌의 가소성’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비록 성인이 되어서는 새로운 뉴런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추후 최종 확인되고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뇌의 능력과 계발이 성인에서는 힘들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여겨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뇌의 가소성 때문입니다. 뇌의 능력과 발달은 뉴런의 양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뉴런들간의 네트워킹 능력과도 큰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뉴런의 양적, 질적 변화와 성장, 발달 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뇌를 연구할 수 있는 첨단 기기와 기법들의 개발에 따라 그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에 따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학설이나 이론들도 갑작스럽게 폐기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리인 것으로 확정되기도 할 것입니다.


성인기에서의 뉴런 생성 여부와 관련된 이번 연구들도 그 여정 중에 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뇌과학과 생명과학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은 하나 하나의 연구 결과들에 대해 지나치게 신봉하거나 거부감을 가지는 등 가치판단을 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전달해 주는 과학적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냉철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고 그것들이 우리 삶과 인류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반추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과연 어른의 뇌에서도 새로운 뉴런이 생성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아직은 누구도 정확히 안다고는 말 할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하게 과학적 진실을 밝혀내는 길을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걸어 가고 있는 것만큼은 아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jmdsalgad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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