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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은 상당히 독특한 이력의 인물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과학과 부교수로서 뇌신경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작가와 다큐멘터리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더 브레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그런 기회들을 통해서 뇌과학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알려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이지만 원제는 ‘The Brain : The Story of You’입니다. 2015년 미국 PBS에서 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The Brain with David Ealgeman’의 도서 버전인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의 6부작 순서 그대로 책의 목차가 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뇌의 구조나 기능 등 해부학적, 기능적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철학적이나 인문학적 관점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다소 난해한 내용도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고찰해 봅니다. 그리고 뇌와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짚어 주기도 하고 뇌가 다른 세상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아 봅니다. 내용 자체가 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분들에게는 좀 생소하고 어려울 수는 있지만 결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어느 정도 뇌와 뇌과학에 관심을 갖고 탐색을 해온 분들이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넘어서 그것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 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제인 ‘당신의 이야기’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우리가 태어나서 세상을 만나고 삶을 살아가며 여러 결정들을 해내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생을 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번역된 제목보다 역시 원제가 저자의 의도를 잘 표현하는 듯 합니다. 



1장에서는 ‘우리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여정에서 뇌가 기능하고 변화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특히 뇌세포(뉴런)들의 연결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며 쇠퇴하기도 한다는 이른바 ‘뇌 가소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달리 오히려 미완성된 뇌세포 연결망을 갖고 태어나며 이는 성장과정에서 환경에 보다 유연하고 완성도 높게 적응하기 위해서임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나이를 먹은 후에도 심리적인 변화와 학습,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뇌세포 연결망은 적응하고 변화한다고 주장합니다.


2장 ‘실재란 무엇일까?’에서는 뇌가 인지하는 감각과 경험이 정말 완전하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은 눈과 귀와 피부를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들은 감각기관일뿐입니다. 그 기관들을 통해 입력된 정보들은 신경망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이 뇌의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두꺼운 두개골에 의해 덮여 있는 뇌가 온갖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재하는 것과의 변곡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장에서는 ‘의식과 뇌의 주종관계에 관한 물음’을 다룹니다. 우리의 ‘의식’이란 과연 무엇인지, 뇌의 구조와 기능이 의식을 전적으로 제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이 뇌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늘 의식에 의해서만은 아니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무의식’인데 과연 그럼 무의식은 뇌에서 어떻게 발생되고 존재하는 것인지 등을 논합니다. 


4장에서는 ‘결정행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무수한 결정을 내립니다. 결정하는 행위가 없으면 어떠한 행위도 진척을 시킬 수가 없습니다. 지극히 이성적인 숙고에 의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상식적 추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는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의 영향을 매우 깊이 받습니다. 놀라운 것은, 감정이 없이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감정은 몸의 상태, 처한 환경에 대해 직관적이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느끼는 것도 감정이고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감정이기에 감정이 배제된 의사결정은 이루어지기도 힘들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합니다. 감정은 단순히 느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몸과 환경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 경험이 신경세포 회로망에 새겨 놓은 정보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과 신경정보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우리의 결정행위에 핵심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5장은 ‘뇌의 사회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뇌는 수많은 뇌세포들이 서로 연결되고 관계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비단 각 개인의 뇌 안에 있는 뇌세포들끼리뿐 아니라 타인의 뇌세포들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런 관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두개골 내에 갇혀 있는 독립되고 폐쇄된 뇌를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관계와 상호작용으로까지 확장시키는 것은 매우 독특한 발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뇌세포의 연결망의 구성과 변화가 환경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이론입니다. 왜냐하면 타인과 타인의 뇌도 역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정신적인 요소가 포함된 요소라는 점이 조금 다르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그런 관계들이 사회적 관계를 이룬다는 점에서 조금 특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6장에서는 뇌의 미래,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뇌과학의 미래에 대해서 논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뇌와 관련된 감각대체, 감각증강, 심지어는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도 언급되고 세바스찬 승이 주창하는 뇌의 지도인 ‘커넥톰’도 이야기합니다. 뇌과학의 미래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인류의 삶에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인지 나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뇌과학도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분화된 분야의 연구로 분리되고 각 지점들에 집중되면 통합된 관점으로 조망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특히 뇌과학의 경우 우리들 인간 자신의 마음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묘한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나 이론 하나 하나가 전체적인 틀에 던져 주는 의미를 주시하고 포괄적으로 다듬는 일들이 어느 분야보다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과정 중 일어나는 하나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뇌의 각 부위와 구조, 기능들에 대한 설명, 수많은 연구 결과들에 대한 나열보다는 그동안 뇌과학이 뇌에 대해 어떤 지도를 그려 왔고 어떤 길을 가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나는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고민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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