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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요? 그 전에, 마음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의식, 생각, 감정, 정서 등은 어떻게 다르며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이란 이 놈은 도대체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요? 왜 나는 감정에 자꾸 휩쓸리고 요동치며 때로는 내 속의 무언가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될까요? 이 모든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마음은 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몸의 변화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의 변화도 몸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런 물음들이 주로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입니다.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죠. 각 물음들은 또 다른 물음들로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다양한 측면과 시각에서 조망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저런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었죠. 과학의 시대에 들어서 심리학자들이 마음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뇌과학이 등장하고 활발해지면서 첨단 기법을 동원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마음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심리학과 뇌과학, 뇌과학과 전자공학, 심지어는 뇌과학과 종교학 및 철학까지도 융합적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도 마음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한 후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이 철학이었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마음보다 무척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는데다 제 형이하학적인 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따라 잡기가 힘든 난해함에 스스로 낙마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가간 것이 불교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타 종교인이었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워낙 관심이 있었습니다. 불교는 사실 상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종교입니다. 마음에 대해 관념적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던 저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불교사상 역시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과학’은 아니기에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에 납득할 수준의 답은 얻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 후에 접근해본 것이 바로 심리학입니다. 심리학은 말 그대로 정말 마음, 심리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흔히들 프로이트나 칼 융 등을 떠올리며 무의식과 꿈의 분석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현대 심리학은 과학임을 강조하며 매우 실험적이며 분석적인 연구를 진행합니다. 다만 마음의 표출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이는 심리학이 아주 조금 덜 과학적이라는 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제 자신에게는 욕구불만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나름의 여정들 속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궁금해 하고 갈망하는 것들이 과학과 논리가 뒷받침되어 나를 스스로 납득시켜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스스로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제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그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식의 설명이 아니라 그것에 ‘왜 그런 것이고 이러한 근거로 확인할 수 있다’라는 것까지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면 납득이 되지 않기에 공허한 느낌을 갖게 되기 일쑤였습니다.


사실 마음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를 탐구하는 데 있어 과학적인 근거를 찾는 것이 정말 옳은 방향인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방향의 맞고 그름을 떠나서 가능한 것인지 조차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각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것도 아니고 겉핥기 식으로 공부 좀 하다가 ‘이게 아닌가보네’라며 다른 곳을 또 기웃기웃거리는 하찮은 호기심과 같지 않은 탐구심에 한없이 소극적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제 저는 뇌과학이라는 행성에 도착해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은 명칭 그대로 완전한 ‘과학’입니다. 가설을 바탕으로 해서 실험으로 증명하고 이들 결과를 통해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는 전통적인 과학이죠. 비록 다른 영역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융합되는 부분도 많고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첨단 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는 분야입니다. 신성하게만 여겨왔던 마음과 정신 작용의 비원이 약 1.4킬로그램에 불과한 뇌에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허탈하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신비롭고 경이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애초에 마음을 과학적 접근으로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과정이 인류의 역사 그 자체임을 되새겨볼 때 이 또한 완벽하게 비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호기심은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마음입니다. 호기심을 갖는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마음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영역의 제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쩌면 모든 과학이 직간접적으로 마음에 대한 공부와 연결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각 학문 분야들이 저마다의 관점과 접근법을 통해 마음을 연구하면서 그것들을 포괄적으로 융합하고 유기적으로 이해하다 보면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해는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되고 체계화된 지식과 정보를 일반인 모두에게 쉽고 유익하게 재구성하고 해석하여 전달해 주는 저 같은 과학전문작가(아직은 지망생입니다만 ^^)의 역할과 가치도 높아지리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goodsple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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