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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이래저래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나름 잘 버텨내던 몸이 결국 탈이 조금 나고 말았었습니다. 거기에다 매년 이른 봄이면 저를 괴롭히는 알레르기가 올해에도 여지없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지니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바라는 상태와 우리가 겪어야 하는 상태의 차이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긴장과 괴로움’이라고 정의합니다. 피하고 싶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갈등, 쉬고 싶지만 숨조차 쉴 틈 없는 일상, 계속 뇌리에 맴도는 안좋은 기억들 등등 현대인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스트레스는 우리 마음과 몸이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긴장과 괴로움입니다. 갈등을 겪는 상황이나 쉬지 못하는 과중한 업무, 또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기억 등은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것들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스트레스 요인’ 또는 ‘스트레스 인자’들입니다. 즉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과 몸의 반응이 스트레스 상태인 것이지요.


스트레스 인자와 스트레스의 차이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만 그 차이점 속에는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한 상당히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스트레스 인자들은 우리가 살면서 어차피 완벽하게 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상당히 ‘외부적인’ 요소들입니다. 반면, 스트레스는 우리의 마음과 몸의 문제로서 스트레스 인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부적인’ 요소들입니다. 즉, 스트레스 인자들은 우리가 선택하거나 통제하는 데에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스트레스는 자기 자신의 내부적인 상태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로 제어를 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부적인 반응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조절해서 우리 마음과 몸에 해롭지 않고 심지어는 유익하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스트레스 인자들에 대해 반응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와 감각 기능들이 스트레스 인자들을 접촉하게 되면 즉각적이고 강한 스트레스 반응과 비교적 길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완만한 스트레스 반응이 몸과 마음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즉각적이고 강한 스트레스 반응은 ‘빠른 경로의 반응’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사고나 위협적인 사건 등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해야 하는 경우 발생합니다. 시상하부가 교감신경계의 경로를 이용해서 부신수질을 자극하여 에피네프린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러한 류의 스트레스 반응은 기존 경험이나 본능적인 위험 감지 시스템에 의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타납니다. 급격하게 반응의 정도가 상승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빠르게 떨어집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은 ‘느린 경로의 반응’이라고 칭합니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의해 자극받은 부신피질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내분비계를 통해 분비하면서 일어납니다. 이 종류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즉각적인 위급함이 덜 한 스트레스 인자에 대응해서 일어나며, 빠른 경로의 반응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해지면서 그 바통을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도 합니다.


두 종류의 스트레스 반응 모두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스트레스 인자들에 대응하고 그에 따르는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특히 ‘빠른 경로의 반응’은 즉각적인 위협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에 생존에 꼭 필요합니다. ‘느린 경로의 반응’의 경우도 지속적인 경계를 필요로 하는 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언제든 빠른 경로의 반응을 유도할 준비를 하는 동시에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저강도 경계상태를 유지해 위험의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죠.


두 종류의 스트레스 반응 중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느린 경로의 반응’입니다. 빠른 경로의 반응은 스트레스 반응 중에서도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위험도피반응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그리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오는 차를 피한다던지, 묻지마 폭행을 휘두르는 범인을 피하거나 제압하는 데 필요한 것이 빠른 경로의 반응입니다. 반면 이유없이 화만 내는 직장 상사의 호통이나 괴롭힘, 경쟁사회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과중한 업무로 인해 쌓여만 가는 피로감과 부담감 등 주로 현대인들이 사회생활에서 주로 겪는 스트레스 인자들은 느린 경로의 반응에 관련된 것들이 더 많습니다. 이른바 ‘만성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마음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고 건강에 위협을 주는 스트레스 인자들이 주로 느린 경로의 반응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반응을 가급적 현명하게 조절하고 개입하는 습관과 마음가짐에 대한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느린 경로의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하는 인자들의 공격이 계속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지속되면 코르티솔이 몸 속에 지나치게 많아지게 됩니다. 코르티솔은 글루코코티코이드 호르몬으로서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혈당, 혈압, 전해질의 농도, 신장 기능, 간 기능, 상처의 치유 등 신체의 생리 기능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체내의 수치가 높아진 코르티솔 농도는 시간이 지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진 후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아 갑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인자가 계속 공격하거나 어떠한 다른 이유 때문에 코르티솔 농도가 정상치로 되돌아가지 못한 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단 면역계에 작용하는 능력을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력의 저하를 초래하게 됩니다. 혈당과 혈압이 높아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신체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발생시키는데, 코르티솔은 해마에 악영향을 미치고 편도체를 지나치게 활성화합니다. 단 한 번의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해 해마의 뉴런이 파괴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코르티솔은 해마에 독극물과 비슷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해마는 원래 체내 코르티솔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졌을 때 이를 다시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코르티솔이 해마의 일부분을 파괴함으로써 이 기능을 방해하고, 이로써 다시 코르티솔의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의 저장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기억 능력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높아진 농도의 코르티솔은 편도체의 크기와 활동을 지나치게 증가시켜 불안감과 긴장감을 높이고 몸과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게 됩니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 발병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비록 스트레스에 대한 느린 경로의 반응을 주로 확인해봤지만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을 뿐 빠른 경로의 스트레스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 경우에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빠른 경로의 반응은 교감신경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 반응이 너무 자주 일어나게 되거나 오랜 시간 지속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유지하는 정상적 건강상태의 균형을 깨드리게 됩니다. 이로써 심박수가 올라가고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렇듯 지속되는 부정적 스트레스는 종류나 강도 여하를 막론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여러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한 영향들은 아주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전반적인 건강상태나 생존까지 위협할 수준까지 다양하게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트레스 인자와 스트레스에 대해 잘 대처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접근 방향과 방법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lvnatik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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