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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명상을 하시나요? 저는 약 2년 전부터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 빠졌기에 매일 꾸준히 하지는 못하고요, 가급적 자주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황장애를 앓던 10년 전에도 명상을 꽤 열심히 했었습니다. 공황장애를 극복해 내는 데에 명상으로부터 분명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면서부터 명상을 게을리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전혀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약 2년 전부터 어떤 계기로 인하여 명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계기’란 것은 추후 한 번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명상에도 종류가 꽤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향하는 바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고 방법에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종교마다 다른 목적과 방법이 강조되어 다양한 성격의 명상이 존재하며, 동양에서 태어난 명상을 서양에서 받아들여 자기들 필요와 방식으로 바꾼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종류의 명상들이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명상의 근본원리와 올바르게 행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어떤 명상은 옳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평가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명상을 왜 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에 맞는 올바른 명상의 종류와 방법을 배우고 탐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탄탄하고 올바른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에 맞는 명상법을 창조해 낼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명상에 관한 책이나 자료들을 가급적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명상을 실제 체험하는 곳을 방문해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단, 명상 단체나 기관을 방문하시는 경우, 사이비 단체나 조직들이 많으므로 조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가상존재에 대한 숭배를 한다거나 돈부터 요구하는 경우, 근거도 전혀 없는 용어를 남발한다거나 성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 자신들 이외에는 모두 옳지 않다는 식으로 막무가내 강요를 하는 경우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명상을 제대로 가르쳐 주시고 지도해 주시는 종교인이나 기타 정식 수행자분들께서는 못마땅하게 여기실 수 있겠지만, 명상은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며 창조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명상의 목적이 심오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고 심신의 평정을 찾는 등 실질적인 부분과 더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명상의 원리나 기본적인 방법과 자세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배움 없이 막무가내로 혼자 처음부터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러모로 바쁘고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이나 수행자분들을 만나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명상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명상을 수행하기를 원한다면, 책이나 온라인 및 영상 자료들을 통해서도 그 기초 원리와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서 충분히 배우고 다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수행은 본인이 스스로 실천적으로 행동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돈이나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까지 단체나 기관에서만 꼭 배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집중명상을 주로 합니다. 집중명상을 할 때에는 제 호흡과 온 몸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데에 집중합니다. 들숨과 날숨을 그대로 느끼고 온 몸의 감각기관에 느껴지는 감각 그대로를 경험하는 것이죠. 어제, 아까, 조금 후, 내일 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마음 속에 들어오도록 놓아두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그대로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역시 제 의식과 마음에는 온갖 생각과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에는 그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지금에 집중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되풀이하면 할수록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감각과 순간의 느낌에도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판단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고 곧 수많은 잡념과 번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죠. 판단이 느껴진다면 바로 거두어 들입니다.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 집중하기 위한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밤 시간에 명상을 합니다만, 때로는 일상 생활 도중에도 생활명상을 시도하곤 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설거지를 하거나 물걸레질을 할 때, 혼자 커피나 차를 마실 때에도 가끔 명상을 합니다. 이 때에도 역시 설거지하는 행위에 집중하고 손에 일으키는 물의 감각과 그릇의 느낌에 오롯이 주의를 기울입니다. 커피를 마실 때에는 커피의 향과 맛이 일으키는 감각과 파동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그 이외의 다른 어떤 자극과 요소들, 생각들을 배제하려고 노력을 하죠. 잡념과 번뇌의 틀에서 해방되는 것이 제가 명상을 하는 목표 중 가장 중요한 이유이며, 이는 지나치게 어렵거나 무게감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늘 알아차리려는 마음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치유명상을 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거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뇌신경과학과 호르몬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 향후 그 원리를 충분히 밝혀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년 말 어느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왼쪽 눈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서 약 3개월 동안 시력을 부분적으로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병명은 ‘중심성맥락망막증’이라는 것이었는데 아주 심각한 질환은 아니었지만 한 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잘못 관리하면 완치가 안 될 수도 있다기에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습니다. 결국 안구에 주사를 놓는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를 뿌리치고 집에서 밤마다 치유명상을 했습니다. 이는 환부치유명상이라고도 하는데,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자신의 몸 내부를 주시하면서 질환이 있는 부위에 집중을 합니다. 그리고 그 부위에 어떤 약이나 백혈구 등의 활동이 작용하여 점점 정상 상태로 치유가 되는 장면을 상상하는 명상법입니다. 이 때에는, 반드시 치유가 된다는 믿음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마음 속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제 눈의 질환은 주사 치료 없이도 얼마 되지 않아 치료가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명상으로 인해서 치료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명상이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을 합니다. 제가 마술사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인도 아닌 이상, 이 명상이 눈 속의 염증을 바로 빼주고 부어 있던 망막을 붙게 해주었다고 확신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명상을 통해서 치유에 대한 믿음의 토양을 스스로 주입했고, 그로 인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며 면역시스템이 활동하는 데 좋은 여건을 제공해 줌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 치유 기간을 조금 앞당겨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명상을 꾸준히 하면서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보면 마음과 몸에 현저한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 한정해서 그 차이점을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혈압이 내려간다.

2. 호흡이 규칙적이고 안정된다.

3.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4. 머리가 맑아진다.

5. 잠이 잘 오고 숙면한다.

6. 걱정이나 잡념이 줄어든다.

7.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이 많아진다.

8. 관조적이 되며 집착이 줄어든다.

9.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효과들이 오로지 명상만의 덕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명상과 더불어 마음과 관련된 여러가지 공부와 훈련을 함께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모여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명상은 우리의 마음과 몸에 긍정적인 효과와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각종 정신질환, 심혈관질환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질 높은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명상을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명상 자체의 수행과 더불어 명상과 관련된 다양한 마음공부들을 함께 하시기를 권합니다. 불교사상, 철학, 심리학, 뇌과학, 신경생리학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마음에 대해 접근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명상을 포함해 마음공부와 수행에 근거를 제공받음으로써 믿음을 굳게 만들어 효과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8mo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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