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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학과 관련된 분야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매력을 느끼는 세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과 뇌의 관계, 명상의 과학적 근거, 그리고 뇌가소성입니다. 사실 이 세 가지 영역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뇌가소성이 있음으로 해서 명상의 효과가 뇌에 효과를 줄 수 있고 명상을 통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으며, 감정의 훈련을 통한 뇌가소적 변화가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무척 다양하고 복잡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만, 어쨌든 무척 매력적인 분야들입니다.


그 중에서 ‘뇌의 가소성’은 무척이나 가슴뛰고 매력적인 영역입니다. ‘가소성’이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물체의 형태가 변경된 경우 그 원인이 사라져도 그 형태가 유지되는 성질을 말합니다. 즉 뇌의 가소성을 단순히 말하자면 뇌가 변화하는 것이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뇌가 변화하는 것뿐 아니라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 함께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수백년동안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가 고정되어 있으며 아동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뇌는 퇴화의 과정만 겪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뇌가 변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생각이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에 근거해서 뇌의 신경 연결망을 전기회로의 배선구조에 빗대어서, 이른바 강하게 배선이 되어 있다는 의미로 ‘hardwired’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뇌의 뉴런 연결망은 강하게 배선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다시 배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인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러한 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뇌는 기계적인 부품이나 전기적 배선 구조와 같은 고정적이고 부동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환경에 순응하면서 자기 자신의 회로 연결망을 유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변경시켜 나가는 놀라운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발견들은 기존의 학설을 옹호하던 과학계에 의해 배척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연구 결과의 축적으로 뇌의 가소적 성질은 이제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을 ‘뇌의 가소성’(또는 ‘신경 가소성’)이라 부릅니다. 뇌의 가소성은 단순히 뇌가 변화한다는 수평적이고 수동적인 의미 이상을 갖습니다. 뇌의 가소성은 매우 역동적이며 3차원적입니다. 발생과 유전적으로 주기성을 가지며 환경과 기타 요소에 의해 방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 및 몸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입니다. 외부 충격 등 어떤 요소에 의해 뇌의 구조나 배선에 변화가 오면 마음과 신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역으로 의지나 습관 등을 통해 마음과 신체를 변화시키면 뇌가 재조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뇌의 가소적 특성은 이미 재활이나 심리 치료 등 실용적인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소성이 없고 모든 뇌의 구조와 배선이 고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뇌와 관련된 방향 지속성 있는 안정적인 치료에 희망을 가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뇌의 가소성은 우리의 삶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마음과 몸을 변화시키면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이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어떠한 의지와 노력으로도 뇌를 바꿀 수 없다면 유전적으로 물려 받거나 환경적인 충격으로 고정되어 버린 모든 특성이나 습관, 심리적 육체적 비정상을 회복시키거나 변경시킬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몸을 통해서 뇌의 회로를 바꿔 구조와 기능을 재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꾸준히 스쿼트를 하면 연관된 근육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명상을 하고, 습관을 바꾸고, 공부를 하며, 순간 욱하는 성질을 계속 잘 참아내고, 안 하던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시작하면, 뇌의 배선이 바뀝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더욱 꾸준히 하면 그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는 구조적으로 밀도가 높아지며 기능적으로 연결이 강화됩니다. 이러한 뇌가소성에 대한 연구가 많아지고 증거가 축적됨으로써 삶을 더욱 좋게 바꾸어 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후광과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한 믿음은 또 그와 연관된 회로를 더욱 강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순환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뇌가소성에 대한 놀라운 연구와 이를 이용한 실용적 의료 치료 방법을 개발해 내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마이클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는 매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제니치는 ‘뇌가소성 연구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불리웁니다. 특히, 뇌 안의 특정 영역들을 훈련시켜서 그 부분과 연관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업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는 뇌신경과 연관된 신체적, 심리적 질환 및 질병을 훈련을 통해서 치료하는 것입니다. 뇌졸중에 의한 신체적 마비, 정신분열증에 의한 정신적 이상 등을 약을 통해서가 아니라 연관된 뇌의 부위를 재배선하는 훈련을 통해서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며 실제 많은 놀라운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아래 TED 강연은 머제니치 박사가 직접 뇌의 가소성에 대해 설명하고 그 특성을 기반으로 한 연구와 치료 성과들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뇌가소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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