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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명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느끼고 살피는 것입니다. 숨쉬는 순간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의 흐름, 살며시 부는 미풍에 느껴지는 살결의 감촉 등에 주의를 집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 내 마음이 온전하게 닿아 있도록 노력합니다. 자꾸 벗어나고 도망가려는 생각을 순간순간 알아차리며 지금 이 순간으로 마음을 다시금 살포시 데려다 놓습니다.


명상을 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것들입니다.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는 생각, 욕망들. 그것들은 어떤 판단과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면서 마음의 고요함과 선정을 방해합니다. 명상 도중에는 우리 뇌의 변연계와 우측 전전두엽이 휴식을 취하는데 그런 방해요소들이 그 소중한 쉼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그런 움직임이 올라옴을 바로 알아 차리고 차분히 인지함으로써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다시 돌려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 이것들이 또 올라오는구나, 어떡하나’는 식의 반응은 감정의 생성을 촉발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저 그런 현상이 내면에서 생김을 가만히 지켜 보기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다시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와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나의 마음을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 줍니다. 명상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성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절차이자 수단입니다. 명상을 하게 되면서 내 마음을 이 순간에 챙기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마음의 중심과 안정, 그리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 그 힘은 놀라운 것 같습니다.


명상을 꾸준히 하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가장 놀라운 사실은, 나 자신이 얼마나 온전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최대한 집중을 한다고 마음먹고 하는 명상 시간에도 마음이 이리 저리 날라다니는 판에, 하루 일상에서 여러 일을 하면서 마음의 상태는 얼마나 번잡할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전두엽은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종들에 비해 고차원적인 사유와 상상을 가능케 했습니다. 뇌의 이 놀라운 부위는 현재를 떠나 과거와 미래,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추상적인 것들을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부작용도 함께 주었습니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지어내어 마음을 마구 산란하게 만듭니다. 생각은 꼭 필요한 것을 넘어서 너무나도 많은 잡념을 낳음으로써, 온전히 지금을 살기 보다는 욕망과 기억, 헛된 상상과 추측의 노예가 되어 허망한 판단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면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낼 수가 없습니다. 유한한 인생에서 매 순간이 소중한 이 마당에 그것조차도 충실하게 보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이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그로 인한 걱정과 쓸데없는 상상 등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차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지금 이 순간과 동떨어져 마음을 잃고 살아 오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러했던 자신을 발견하신다면, 이제부터라도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챙기고 사는 연습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려울 것도 힘들 것도 없습니다. 24시간을 그렇게 할 이유도, 그럴 가능성도 없습니다. 이제까지보다 조금씩만 더 한 순간 한 순간을 챙겨 보겠다라는 소박한 의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명상은 이를 위해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일테지만 갑자기 다가가기에는 다소 힘들수도 있습니다. 시간도 따로 내야 하고 습관이라는 것을 갑자기 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챙기는 데에 명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늘상 하던 일들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일상에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챙기는 몇 가지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이것도 명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이 순간을 걷기

출근할 때, 외근을 나갈 때, 식사를 하러 갈 때, 잠시 산책을 할 때, 우리는 걸으면서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철시간에 늦지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 거래처에 가서 논의할 것에 대한 생각, 어떤 것을 먹을까에 대한 생각, 고민과 걱정거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내가 여기 지금 걷는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내일은 어디엔가를 걷다가 문득 내가 걷고 있다는 것을 한 번 알아차려 보세요. 근육의 움직임, 발바닥에 땅이 닿는 느낌, 한 발 한 발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몸의 움직임을 한 순간 한 순간을 느끼고 주의하며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2. 이 순간에서 식사하기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우리는 급하게 밥을 먹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나마 잠깐의 식사시간 동안에도 입은 마음과 따로 놉니다. 끊임없이 음식을 씹고 목으로 넘기며 동석자와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지만 식사하는 그 순간의 모든 감각을 온전히 즐기고 음미하며 집중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만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습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를 할 때 밥과 반찬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져 보고 입 속에 느껴지는 음식들의 맛과 풍미, 식감을 의식하면서 조금 천천히 그 순간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건강은 덤으로 따라 올 겁니다.

3. 이 순간에서 설거지하기

일반적으로 설거지는 하기 싫은 일 축에 속하기에 다른 생각을 하면서 빨리 끝내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더욱 효과적인 작업 중 하나입니다. 수북이 쌓여 있는 접시와 수저, 젓가락 등을 하나 하나 깨끗이 닦아 나가다 보면 마음에 묻어 있는 때와 생각의 찌꺼기도 함께 씻겨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즐기자는 말이 있지요. 설거지 하는 동안 그 닦음의 행위와 그 대상에 온 마음을 두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이 순간에서 청소하기

청소도 설거지만큼이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 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청소를 할 때만큼 마음을 집중하기에 좋은 것도 드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청소는 설거지보다 더욱 힘을 써야 하는, 운동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설거지와 마찬가지로 무언가가 닦이고 깨끗해지는 등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에 보상의 쾌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몸을 크게 움직여서 하는 행위는 정신적 행위보다 상대적으로 집중하기에 수월한 이점이 있습니다. 청소기보다는 빗자루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지만 요즘엔 그런 집이 거의 없지요. 어쨌든 청소기를 돌려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고, 걸레로 찌든 때와 붙은 먼지를 닦아내고,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돈하는 그 한 순간 순간에 자신의 청정행위를 의식하고 알아차려 보세요. 명상하고 난 후의 상쾌함 못지 않은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5. 이 순간을 휴식하기

사실 잠이 들지 않는 한 산만해지는 마음을 챙기기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휴식을 하는 것입니다. 너무 큰 피곤에 쩔어 생각할 에너지조차 남아나지 않은 상태가 아닌 이상, 쉬고 있을 때에는 이런 저런 시간과 장소로 무한대에 가까운 마음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이럴 때에는 집중명상을 할 때와 비슷하게 쉬면서 느껴지는 호흡이나 들려오는 소리 등에 마음을 모아 보세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맛 볼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온갖 잡념과 욕망, 기억, 감정이 함께 하는 휴식은 진정한 쉼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어떠한 장소나 시간에도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길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진짜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충실하게 삶을 영위하는 지혜와 능력을 통해서 헛된 과거에 대한 환영과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 있지도 않은 제 멋대로의 상상의 방해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습니다.




[ cover image via Unsplash @terrytandeh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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