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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오늘은 그럼 ‘브랜드’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자.
브랜드라고 하면 보통 제품이나 기업 등의 이름이 생각난다. 삼성, 애플, LG, KB 등과 같은 기업들, 그리고 갤럭시, 아이폰, 신라면 등과 같은 제품들은 누구라도 아는 브랜드들이다. 우리는 그 각각에 대해 다른 이름들과 구분되는 어떠한 감정적, 이성적 ‘인상’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게 ‘브랜드’ 그 자체다. 사실 더도 덜도 없다. 이게 전부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철학적 탐구와 정리에 대한 열정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미국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가 말한 것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란 소비자로 하여금 판매자 또는 판매자 집단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되도록 의도된 이름, 용어, 기호, 심볼디자인 또는 그것들의 조합이다.”
- 미국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
그런데 이 정의를 살펴 보면 상당히 생산자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렇게 의도하고 실행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 경우에는 바로 ‘기업'이다. 결국 기업의 의도된 계획적 행위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는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만약 기업들이 자신이나 자기들이 전개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이름과 로고 및 기타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만들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그것을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터이다. 애플이 애초에 애플이라는 이름을 자신의 회사에 붙이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들의 스마트폰에 아이폰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그 브랜드들은 태어나지조차 못했을테니 말이다. 매우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브랜드는 탄생한다.
하지만 브랜드를 보다 광의적이고 현대적으로 정의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이 반영되기 시작한다. 이는, 브랜드의 탄생은 생산자나 판매자이지만 그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결국 소비자 – 보다 넓게는 모든 사람들 – 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름을 지으면 뭐할텐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어떠한 인상을 갖지 못하면 그 브랜드는 가치가 없다. 말하자면 생명이 없는 브랜드, 죽은 브랜드, 즉 세상에 없는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자, 그러면 브랜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유명한 브랜드 이름을 보거나 들으면 어떤 ‘인상’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 중에는 로고 같은 것들도 있고, 내가 갖고 있거나 광고에서 본 제품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서비스센터나 매장의 이미지, 또는 직원들에게 받았던 서비스의 경험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이나 제품 등의 이름을 마주치게 되면 그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 내지는 느낌을 떠올리는데, 이걸 ‘브랜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어떤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면, 그 브랜드를 보고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느낌은 바로 ‘브랜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와 브랜드 이미지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오늘날에는 이 둘을 따로 떼어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 철학적(?) 내지 존재론적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브랜드 이미지가 없는 브랜드는 이미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실용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는, 최근 사회가 보다 다각화되고 네트워크화가 되며 소비자들의 역할이 주도적으로 변화되어 가면서 브랜드의 성장 뿐 아니라 심지어는 탄생까지도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향까지 생겨나면서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의미를 협소하게 두는 것은 더 이상 트렌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브랜딩이란 당신이 없을 때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리처드 브랜슨은 ‘브랜드는 애정과 마음, 느낌과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정의들은 상당히 소비자 입장에서 본 것이며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상당히 쉽고 심플하게 이렇게 정의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브랜드란 사람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단체, 유무형의 자산 등에 대해 독점적으로 갖는 어떠한 느낌이다.”
그러면 '브랜딩'에 대한 정의도 간단해진다.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단체, 유무형의 자산 등에 대해 독점적으로 느낌을 갖게 하고, 더불어 그 느낌이 긍정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련의 행위이자 노력들이다.”
어떤가?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저 브랜드의 정의 안에 서비스나 기업, 단체, 유무형의 자산이 아닌 – 물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죠 –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될 수 있는 ‘사람’ 또는 ‘개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가치와 파워는 엄청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은 어떤가? 단순한 사람 이름인가?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으로 볼 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뛰어 넘는 ‘브랜드’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 자체의 실존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비록 한 개인에 불과하겠지만, 우리는 분명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전 세계 최고 기업 브랜드 중 하나인 애플과 맞먹는 정도로 독점적이고 강력한 느낌과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건 분명 브랜드라고 말 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협의의 정의에 의해서는 설명되기 약간 애매한 부분일 수 있다. 왜냐하면 스티브 잡스는 기업이 지어준 이름도, 기호나 심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이요,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특별한 어떤 마케팅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보다 유기적인 정의, 현대적인 정의에 의해서 가능하다. 이런 류의 브랜드는 한 사람의 삶과 업적, 시간이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스며들어 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기업 측의 의도적인 마케팅 행위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이제는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는 범위가 기업이나 제품을 넘어서 개인으로, 심지어는 개인을 둘러싼 여러 창작물이나 행위들에게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개인 브랜드와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 흐르는 사회의 변화와 네트워크의 원리를 살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수에게만 주어졌던 기회의 바다가 파도가 되어 이제 나 자신의 발목에까지 밀려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적인 가치 실현도 추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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