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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님의 ‘꽃’ 중에서 -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돈을 많이 쏟아 붇는 곳이 바로 광고와 홍보 부문이다. 브랜드에 생명력과 힘이 부여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이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목표 잠재고객들이 브랜드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면 그 브랜드는 다만 하나의 서류상 등록 상표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브랜드는 그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에 대해 기꺼이 돈을 주고 구매를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즉, 브랜드로서 가치를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인지도’를 얻는 일이다. 앞뒤 볼 것 없이 무조건 일단 많이 알려야 한다. 사람들이 들어 본 적이라도 있어야 그 위에 정체성을 부여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 광고 및 홍보물들은 1) 알리고, 2) 원하는 이미지를 알리며, 3) 강하게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서 언젠가 어느 회의실에서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름과 로고는 상표등록이라는 평면적인 데이터라는 설움을 벗어나서 조금씩 입체적인 생명력을 부여 받게 된다.

 


이는 개인, 즉 퍼스널 브랜드의 경우에도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내 이름은 그냥 나와 부모님, 친척, 친구들, 회사 구성원들, 그리고 내가 직접 면대면 접촉을 통해 안면을 튼 지인들의 머리 속과 주민등록등본, 스마트폰 연락처 속에 조용히 보관되어 있다. 그 분들은 나의 가치를 인정하겠지만 그것은 객관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이나 기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브랜드로서의 힘과 정체성을 가지려면 경제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는 바,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구매할 의사를 가질 수 있는 대중이나 목표고객층의 잠재고객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라는 퍼스널 브랜드에 생명력이 제대로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브랜드이든 개인의 브랜드이든, 일단 그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나도 다니지 않는 길에서는 장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일단 내 매장이 있는 길로 사람들이 몰리게 하던지, 아니면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로 매장을 옮기는 것이 일단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기업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전통적이고도 강력한 방법은 ‘광고’와 ‘홍보’다. 광고와 홍보의 범위나 상관관계 등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말들이 많지만 일단 일반적으로 구분해 보자면, 광고는 매체에 돈을 지불하고 공간과 시간을 구매해 광고물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것인데 비해, 홍보는 보도자료나 이벤트, 캠페인, 판촉, 협찬 등을 통한 PR(Public Relationship) 활동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이 두 가지 마케팅 도구에 비용을 투입해서 사람들에게 자기 브랜드가 존재함을, 그리고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이러이러함을 주입시켜 간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광고와 홍보는 그 효과가 탁월하지만 돈이 꽤 많이 든다는 것이다. 광고의 경우, 매스 미디어인 TV, 신문, 라디오 등은 물론이고 디지털 미디어에서의 매스 미디어 격인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방송사와 신문사에 효과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벤트나 캠페인 행사를 전개하며, 협찬 활동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특히,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인 경우에는 그러한 광고나 홍보 활동들이 즉각적인 매출이나 보상으로 가시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리스크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어느 정도 이상의 투자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아니고서야 브랜드 구축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일개 개인이 이러한 브랜드 구축 활동을 한다는 건 어려운 것을 떠나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매스 미디어에 작은 규모의 광고 하나 내는 것조차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큰 비용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퍼스널 브랜드 소유자들은 능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그들의 업적이나 활동의 성공에 따라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자연적이고 수동적으로 구축이 된 경우가 대부분다. 즉, 소위 말해서 셀러브리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 경우로서, 굳이 그들 스스로가 어떠한 브랜드 구축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 시대에서 무명의 일반인이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책을 쓰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기사를 내는 것, 또는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 등으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지금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이 방법들은 거대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에 비해 훨씬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들 또한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거나 인맥을 구축하지 못하면 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광고비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과 최소한의 비용은 당연히 들기 마련임은 물론이다.

이는, 광고와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에 한정되어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해야겠는데 이를 위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별로 없었기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은 대부분 기업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머니 게임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중요한 변화가, 아니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인 인터넷의 등장이었다. 실물과 아날로그 시대가 막을 내리고 디지털 시대로 바뀌는 것은 미디어의 영역에서는 완벽한 혁명이자 혁신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일부 미디어 기업이 독과점하면서 일방향적인 지배를 이어오던 전통 매스 미디어 산업 프레임이 서서히 무너져 갔다. 정부와 기업이 유일한 주체로 군림하던 미디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권력이 개인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소셜 네트워크와 퍼스널 미디어의 탄생과 성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광고를 비롯해 각종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이 상당한 투자에 의해 구성되는 대규모의 장비와 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던 질서와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물론 기존의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의 힘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한계와 독점성, 권력화는 이미 상당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는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패턴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더 이상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은 정부나 기업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과 장비는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이 혼자서도 유용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은 개인들이 제작한 콘텐츠들을 순식간에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는 침대맡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곡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절과 너무나도 달라진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콘텐츠의 수용 환경도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가장 상위 형태라고 볼 수 있는 영상의 경우 TV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시청 환경에 극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의 성장은 기절할 정도다. 사람들은 TV를 보던 시간 중의 많은 부분을 유튜브로 이전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TV를 보는 시간을 뛰어 넘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는 세대를 초월해서 영상 콘텐츠 소비의 주인공이 되어 가고 있다. 

팟캐스트나 블로그, 전자책 등 이미 등장한 지 꽤 오래된 선배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들의 경우에도 대중들은 이미 익숙해져 왔고 그 이용률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인기 블로거나 웹툰 작가, 웹소설 작가들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대중들의 인기 또한 높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콘텐츠를 생산해 가면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에 더해 이제는 다재다능하고 창의력을 지닌 유튜버들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대부분 개인들이라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해서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과 영향력 확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브랜딩을 위해서 필요한 수단인 광고와 홍보 활동에 더 이상 매스 미디어만을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업들이 대규모의 광고나 홍보를 할 때처럼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사라졌다는 것과 함께, 이제 개인 어느 누구도 스스로 퍼스널 브랜딩 활동을 능동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의미다. 브랜딩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경제적, 기술적, 태생적 한계는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다.

내 이름과 ‘나’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대중들이나 내가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는 싶지만 높기만 하고 한정되기만 한 미디어 환경 때문에 위축되고 좌절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던 시대, 그래서 어찌어찌해 이미 알려진 셀러브리티들이 아니고서야 탐낼 수 없었던 목표를, 이제 개인들도 노력과 의지에 따라서는 충분히 성취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하면 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가슴 뛰는 현실인가! 이미 그러한 길이 열렸음을 파악한 분들은 열심히 노력을 쏟아 붇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는 분들은 아주 많다. 아니 어쩌면 그 분들은 시대의 변화를 함께 열어 가고 있는 선구자들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각자의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된다. 내 이야기, 내 지식과 정보, 내가 창조한 것들,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블로그에 쓰고, 전자책으로 발간해 보고, SNS에 올리기도 하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도 올려 보자.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기업 브랜드도 처음의 정체성이 끝까지 유지되는 경우보다는 조금씩 시대와 청중들의 변화에 맞게 계속 수정되어 간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퍼스널 브랜드도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변화해 갈 수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교해지고 분명해지며 유기적인 생명력까지 더해질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가는 것이 퍼스널 브랜드의 구축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기에 가장 최적의 미디어 환경이 갖춰져 있는 시대다.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열정과 의지, 그리고 인내심이다.

 

 

[ Featured Photo by Radek Grzybowski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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