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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제품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초반에 수행하는 것이 바로 포지셔닝 작업이다. 우리 회사, 우리 제품을 고객들 마음 속 어느 사다리에 올려 놓을지 정하는 것이 포지셔닝, 즉 위치 잡기 작업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시장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장을 세분화 한다. 예를 들면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인구통계학적, 즉 연령이나 성별, 소득수준, 직업 등에 따라 다양하게 시장을 구분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성향, 가치관 등에 따라서 여러 시장으로 잘게 쪼갤 수 있다. 

이렇게 시장을 분석적으로 구분하는 건 시장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고, 잘게 쪼갠 시장 중에서 우리 기업이나 제품을 어느 곳에 가져다 놓고 공략할 것인지를 결정하려는 목적도 있다. 시장 세분화는 제품 생산 후에 마케팅 단계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수행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 기존 제품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새로운 제품에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시장 내의 경쟁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현명하게 타겟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분화한 시장들을 살펴 보고 우리 제품이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세분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인 타겟팅 단계이다. 모든 세분시장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성격이 있다. 우리 제품이나 기업의 기본 성격과 정체성, 투자에 대한 합리성, 시장 자체의 매력도 등을 비롯해 여러 인자들을 놓고 가장 합리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선택한다. 이렇게 표적 시장을 선정하고 나면 먼저 그 시장에 들어와 있는 선점자들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해야 한다. 이제 그들은 우리의 성공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경쟁자들이니까 말이다. 밀도 있는 분석을 통해서 그들의 우수한 점은 무엇인지, 우리 제품과 다른 점은 또 무엇인지,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 중기, 장기 경쟁 계획을 세우고,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며, 거시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

시장 세분화를 바탕으로 목표하는 시장을 정하고 경쟁상대들에 대한 분석을 완료했다면, 이제 우리 제품이나 기업을 소비자 내지는 목표 잠재고객들 마음 속에 무엇이라고 각인시킬 것인지를 도출해 내야 한다. 포지셔닝은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작업이다. 포지셔닝 작업은 우리 제품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다른 경쟁자들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포지셔닝은 앞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할 모든 메시지의 중심 축이며 그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우리 제품을 선택하고 애정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이전 포스팅에서 브랜딩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단체, 유무형의 자산 등에 대해 독점적으로 어떤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 ‘어떤 느낌’이라는 것이 바로 포지셔닝 작업에 의해 추출되는 정체성, 이미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브랜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고객 마음 속 느낌은 그냥 경영자가 심심해서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적 판단 하에서 도출해 내는 상당히 과학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포지셔닝 작업에 의해 세상에 탄생된 그 ‘무엇’ 내지는 ‘어떤 느낌’은 앞으로 우리 제품이나 기업을 대중들이, 소비자들이, 잠재고객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인식하며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적으로 구분하게 될 정체성이자 형상, 느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작업에 비용이 투입된다.


그렇다면, 제품이나 기업이 아닌 ‘사람’의 브랜드 마케팅은 어떨까? 사실 그 정도와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제대로 된 퍼스널 브랜딩의 기초 작업을 위해서는 거의 비슷한 단계와 과정이 필요하다. 위 단계에서 ‘우리 제품이나 기업’ 대신 ‘나 자신’ 또는 ‘내가 담당한 사람’으로 바꿔 넣으면 된다. 다만, 기업의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의 경우 아무리 개인적으로나 부서에서 밀고 싶어도 투자자나 최종결정자가 반대하거나 성공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성사되기 힘든 반면, 개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열정과 관심도에 따라서 주위 조력자들의 반대나 비관적인 분석결과에도 얼마든지 밀어 붙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자, 그럼 한 번 나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을 목적으로 포지셔닝 작업을 해 보도록 하자.


1. 시장조사

기업도 아닌 개인이 무슨 시장조사씩이나 하느냐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업과 같이 조직적으로 고비용을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서 수익의 기초를 마련하고 경제 활동을 영위할 생각이라면 최소한의 시장조사 정도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겠지만, 일단 대략적으로 보면, 내가 자신 있는 영역, 나의 커리어와 함께 앞으로 내가 대중이나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등등을 바탕으로 해서 ‘나의 일’을 먼저 정해야 한다. 내가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면 그 일과 관련된 시장을 꽤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규모, 개인으로써 그 시장에서 전개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가능성, 경쟁상황, 미래 성장 가능성을 조사하고 분석해 보아야 한다. 아무리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있고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없거나 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재고해 보거나 장기적인 플랜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은 '사람'과 '돈'으로 구성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거나, 관심은 있어도 사 주지 않으면 시장은 성립될 수가 없다. 시장의 존재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그 다음은 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사람과 돈에 대한 분석이 되겠다. 그 시장에는 어떤 세부 직업과 직종들이 존재하는지, 어떤 고객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무슨 욕구와 필요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등등을 살펴 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 세분화가 가능해진다.


2. 시장 세분화

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보아야 한다. 기업 브랜딩에서처럼 시장 내 잠재고객들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동질한 부류들로 나누어 볼 수도 있고 몇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이나 성향, 욕구 등에 따라 구분해 볼 수도 있다. 퍼스널 브랜딩의 경우에는 직업 및 직업의 세분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 내 분야들의 변화관계를 조사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직업과 직업 세부분야는 물론 성장세가 뚜렷한 분야, 미래가치가 높은 분야들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고객들의 욕구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다. 직업 및 그 직업의 세부분야를 영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건 곧 그들이 생산해 내는 가치에 대한 고객들의 필요와 욕망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사를 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었지만 과소평가하던 분야가 새롭게 다시 보이기도 하고 미처 모르고 있던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기도 한다. 즉, 우리는 시장 세분화라는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3. 표적시장 선택 (타겟팅)

시장 세분화와 직업들에 대한 분석이 완료되었다면 이제 그 시장 중에서 내가 원하는 곳, 내가 가장 역량을 발휘해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시장을 꼭 한 곳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분시장에 따라 고객들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고 하는 일의 특성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규모 또한 다를 수도 있어서, 대중성을 지향할 것이냐 틈새시장을 노릴 것이냐 하는 문제들과도 연관이 된다. 중요한 점은, 나의 성향과 너무 맞지 않는 영역은 비록 그 시장이 가장 수익성이 높거나 경쟁률이 낮다 하더라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나 제품과 달리 퍼스널 브랜딩은 ‘나 자신의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영역에까지 들어가서 불행을 견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 정체성과 가장 부합하고 내가 대중이나 고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가치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 포지셔닝

이제 위 작업들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나’라는 브랜드를 대중들 또는 목표하는 잠재고객들에게 무엇이라고 알릴 것인가, 차별화된 어떤 느낌으로 인식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즉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슨 가치를 제공하며 어떤 정체성으로 다가가야 할 것인가를 규정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기업 브랜드는 그 자체가 인위적으로 탄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심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그의 커리어에 의해 수동적으로 브랜딩이 구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이미지 리모델링이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 의도적인 브랜딩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무명의 개인들은 그러한 혜택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포지셔닝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조사하고 분석해낸 세분시장과 세부 직업분야를 바탕으로 ‘나’를 무엇하는 사람, 무슨 분야에서 탁월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알릴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포지셔닝은 일단 복잡하면 안 된다. 길고 복잡하며 몇 가지 주제를 한꺼번에 내지르는 것은 지극히 효과적이지 못하다. ‘나’라는 브랜드를 규정짓는 것은 명확하고 심플할수록 좋다. 예를 들면, ‘국내 제1호 1인 방송 진행자’라던지 ‘교통사고 특화 변호사’라던지 하는 것들이다. 한 번에 쉽고 명쾌하게 잠재고객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을 수 있으려면 심플하고 명확한 한 방이 필요한 것이지 길고 너덜너덜한 설명 줄거리가 필요한 게 절대 아니다.
이렇게 도출해낸 ‘나’라는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이제 내 밥벌이가 되어 줄 핵심 동력이다. 그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내가 사회에 전달하려는 내 가치가 설명되기에 그 가치를 탐내는 사람들은 고객이 되어 나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냥 내 이름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 포지셔닝을 함께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용도 함께 브랜딩되는 것이다. 

 

위 작업들은 퍼스널 브랜드 마케팅 작업의 기초 작업일 뿐이다. 그저 골조를 놓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초가 단단해야 그 위에 놓이는 건물이 어떠한 진동이나 재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질 수 있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나’라는 브랜드의 이름과 가치를 넓고 강하게 알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브랜딩은 시작만큼 유지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고객들의 마음에 보다 강력하게 심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퍼스널 브랜딩의 여정은, 이제 단지 시작일 뿐이다.

 

 

[ Featured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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