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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회사의 많은 구성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수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비중과 중요성은 어마어마하다. 리더이기 때문이다. 전략적이고 유능한 장수 한 명은 수백 배 전력 차이에도 나라를 구할 수 있고, 무능하고 어설픈 장수는 십만 명이 넘는 자신의 병사들을 한 순간에 수장시켜 버릴 수도 있다. 이는 대내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CEO의 지시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직을 평가할 때 수장에 관심을 갖는다. 아직은 완성도가 낮거나 조금 흔들려 보이는 조직이라도 리더가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상당히 믿을 만 하다면 부정적 평가를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보다 미래 가치를 CEO에서 찾는 시각 때문이다. 즉 CEO가 가진 이미지는 기업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위 이야기는 CEO가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긍정적인 평판을 얻게 된다면, 즉 좋은 퍼스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그가 맡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또한 상당히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단지 CEO가 기업의 모든 권한을 갖고 전략을 수립해서 지시함으로써 그의 우수성이 조직으로 확산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만은 아니다. 이러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 이외에도 감성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 등과 같은 지극히 경제적이고 실물적인 대상은 대중에게 상당히 딱딱하고 이성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인식의 대상이 CEO나 직원들일 경우에는 보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CEO는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대중과 보다 친밀하고 인간적인 교감이 가능하며 감성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평판이 좋은 CEO의 퍼스널 브랜드는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 전달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CEO가 기업의 대표자로서 직접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경영방침, 철학, 열정, 가치관 등은 기업의 이름으로 전달되는 경우보다 더욱 실감나고 인간적이며 신뢰감이 가기 마련이다. 고객은 그러한 정신적 메시지를 기업과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 등에까지 이입하는 경향이 짙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열정, 창의성, 미래를 내다 보는 눈, 인문과 기술을 접목하는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장점들과 그의 정체성은 모두 애플이라는 기업에 고스란히 이식되었고 열정적인 매니아층을 만들어 냈다.
바디샵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고 애니타 로딕은 기업인으로서보다 사회 운동가로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사회와 시대에의 공헌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가진 그녀의 철학과 가치관은 모두 바디샵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그대로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그녀의 가치관을 바디샵의 제품들에 투영해 오고 있다.

CEO의 브랜드로 인해 한 기업의 가치가 단기적으로 출렁거리는 경우도 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자 애플의 주식이 급격히 하락했다. 스티브 잡스 개인이 애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투자자의 이런 반응은 무리가 아니다. 반면, (비록 용두사미의 사례로 꼽히기는 하지만) 1999년 칼리 피오리나가 HP의 첫 여성 CEO로 취임한 사례는 반대이다. 그녀는 당시 AT&T와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 놀라운 커리어를 경신하고 있던 터라 미국 내에서의 개인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다. 이내 HP 주가는 곧바로 2% 상승을 기록했다. 주가는 투자자의 기대를 반영하고 이는 그 회사에 대한 미래 기대가치를 담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거대한 규모의 기업조차 수장 한 사람의 브랜드 가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때로는 자리에서 물러난 창업자의 브랜드 이미지 변화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가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빌 게이츠의 경우다. 마이크로소프트 초창기에는 탐욕과 고집, 독점 등의 이미지로 인해 비난과 질시도 많이 받았지만, 은퇴 후 소탈한 모습과 사회적 재단의 설립 및 기부활동 등으로 이제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으며, 이는 곧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미지 쇄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업의 CEO는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평판을 긍정적으로 구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리더인 자신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좋은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도록 태도와 행동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탁월한 경영능력과 비즈니스 수행력은 기본이다. 그 위에 잘 구축해 놓은 자신의 개인 브랜드는 기업의 인지도 향상과 평판 쇄신에도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CEO의 퍼스널 브랜드 정체성은 기업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은 CEO가 보여 주는 이미지로 기업을 투영해서 바라 보는데 갑자기 두 요소 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인지에 부조화가 생겨서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CEO의 개인 브랜드가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작용을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둘 사이에 일관된 조화가 필수적이다.


CEO의 퍼스널 브랜드는 대기업에도 효과적이지만,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은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 고비용을 투여해 광고나 PR을 전개해야 한다. 반면 대표는 자신의 개인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 및 전문 영역의 매스미디어 채널을 통해서 자신과 회사에 대한 콘텐츠 제공을 바탕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이러한 퍼스널 브랜딩 작업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초기에 인간적인 친근함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개인의 인지도를 축적해 나가면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면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 및 그 제품까지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

따라서, 창업자나 기업 대표 분들도 자신들의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어울리고 일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자신의 개인 브랜드는 회사의 인지도 및 선호도 상승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젠가 불어 닥칠 수 있는 회사의 위기를 스스로 구축해 놓은 개인 브랜드 가치 덕분에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덤으로, 퍼스널 브랜드는 먼 훗날 회사를 떠나게 된 후에도 멋진 기회들을 만들어 줄 것이다.

 

 

[ Featured Photo by Andre Hunter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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