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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케터’는 필자 본인이다. 

평범한 아저씨들 중 한 사람으로서 아이유 팬이고 보이그룹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그렇다고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덤)’는 아니고, 일반적인 ‘팬’ 중 하나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말해도 상관은 없다. 요즘 화제가 되니까 좋아하기 시작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였던 것도 아닌, 중간 어느 즈음부터인 것 같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인 그룹이 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보이그룹이다, 정도의 기사를 보고 유튜브에서 찾아 본 게 계기였다. 그렇게 처음 본 뮤직비디오가 ‘쩔어(Dope)’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놀라웠고, 소름이 돋았다.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관심이 생겼고 다른 음악들도 찾아 봤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봤다’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좋아하기 시작한 건, 물론 노래가 좋기도 했지만 그들의 댄스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군무의 수준 자체가 달랐고 싱크로율이 쩔었다. 누구나 탁월한 능력을 내뿜는 사람들을 보면 전율을 느낀다. 이들이 그랬다. 더불어, 유튜브에 올라오는, 방탄소년단에 열광하고 그들의 음악과 댄스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들을 보면서, 비록 내가 기여한 바는 전혀 없으나 같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아티스트에 대한 자랑스러움에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글로벌 현상(global phenomenon)이 되었다.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 대던 이들도 인정하는 시점이다. 비틀즈와 비교까지 하는 건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 미디어다. 글로벌 팬덤의 두께와 단단함으로는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연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일까? 인기를 넘어서 ‘현상’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이 열광이 실현된 이유들은 무엇일까? 모든 분석들이란 자고로 이미 결과 지어진 것들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기에 별 가치가 없긴 하지만, 글 쓰기 좋아하고 비창의적이며 평범한 어느 마케터가 생각하는 바를 한 번 적어보려고 한다.


1. 실력

만약 결정적인 이유 하나만 말해 보라고 하면 당연히 ‘실력’을 들 것이다. 재능과 노력이 결합된 그들의 실력은 ‘탁월’하다. 상대적으로는 ‘월등’하다. 우리는 탁월함에 열광하고 매료된다. 그리고 탁월함을 발휘하는 이들에 빠져든다. 몰입하고 때로는 대리만족을 얻는다. 내가 ‘쩔어’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리고 그들의 안무 연습 영상을 보았을 때, 다른 보이그룹에 대해 무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댄스와 함께 노래 자체도 독특하고 강렬하다. 물론, 그래서 좋았다. 그저 그런 비슷한 그룹들에 흥미가 떨어져 가던 요즘 음악들 속에서 방탄소년단의 ‘쩔음’은 단박에 내 신경 속을 도파민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보이그룹 아티스트다. 그들을 상품으로 본다는 게 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넓은 아량을 갖고 잠깐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 보이그룹 아티스트가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품질은 가창력, 댄스실력, 음악성, 외적 매력 등이다. 즉, 다름 아닌 노래와 댄스 실력이 기본이다. 그들은 이 ‘기본’적 품질, 즉 실력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탁월하고 독특하다. 다른 모든 면이 뛰어나다 해도 기본이 모자랐다면 애초에 이런 성공의 단초는 깨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2. 메시지

월드투어에 몰려든 열정적인 ‘아미’들을 인터뷰하는 외국 방송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대답하는 내용 중 하나가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Love yourself’, ‘find your voice’ 등 방탄소년단이 주는 메시지는 긍정적이고 착하다. 팬들은 입을 모아서 그들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불투명한 미래와 이런 저런 걱정들, 수많은 갈등, 현실적 고민 등등에 힘들어 하는 학생과 젊은이들은 용기를 얻고 꿈을 가지며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눈 여겨 볼 점은, 전 세계의 음악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음악들에 우울함, 마약, 일탈 등 주로 부정적인 메시지가 넘쳐 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일관되게 내뿜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답답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던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이 느껴졌을 수 있다. 더불어 방탄소년단은 활동 초기부터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만들고 제작에 참여를 했다고 한다. 즉 일관되게 스스로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 오고 있는 것이다. 메시지의 일관성은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만든다. 팬들은 이제 방탄소년단을 믿고 그들의 메시지가 그들의 정신과 삶 그대로임을 신뢰한다. 그래서 아미의 결속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단한 것 같다.


3. 소통

보통 유명한 셀럽(celebrity, 유명인)들은 인기가 오르면 태도가 달라진다. 바빠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스타들이 도도해지거나 거만해지고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질 때가 많다. 인기가 없을 때에는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던 이들이 인기가 높아지면 팬들의 효용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껴서 그러는 것인지 태도와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팬들과의 소통은 희박해진다. 이는 팬들의 실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른 것 같다. 이들은 데뷔 초기부터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홍보하고 팬들과 소통해왔다. 이제 글로벌 스타가 되어 위상이 달라졌음을 그들 본인도 느끼고 있을 텐데 여전히 자신들의 무대 뒤 모습들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팬들과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들은 팬들에게 믿음과 유대를 준다. 그리고 늘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4. 글로벌 타겟팅

국내 대중음악 시장은 주로 대형 기획사가 장악하고 있다. 댄스 그룹의 경우에는 편중도가 더 심하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에 노출 기회를 많이 잡아야 하는데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기획사들에게는 쉽지 않다. 비록 방시혁 대표가 인지도 있는 작곡가이자 음반 제작자였지만 자금력이나 마케팅력, 인맥 등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요 시장에서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시장을 찾거나 틈새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결국 세계시장을 동시에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전략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에만 안주하지 않았던 점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은 더욱 쉽지 않은 것이었겠지만 또 다른 개념의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다. 마침 불어 닥친 소셜미디어 열풍과 KPOP의 세계적 인기 확산은 이런 전략이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5.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는 기존의 매체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규모 자본 기반의 매스미디어에만 의존하던 매체 시장이 소기업이나 심지어 개인에게도 열렸다. 전파나 종이 대신 디지털 네트워크가 핵심 채널이 되었다. 개인 대 개인 직접 연결 매체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에 상대적 약자였던 이용자 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서 방송국을 세우거나 출판사를 만들고 관계자에게 굳이 로비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에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와 음악뿐 아니라 커버곡, 믹스테이프, 비하인드 스토리, 안무 연습 영상, 일상 생활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 했다. 팬들은 그 콘텐츠들을 통해서 그들의 세계에 빠져 들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신뢰했다. 특히 유튜브는 방탄소년단이 전세계 팬들을 만나고, 아미가 서로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핵심적인 플랫폼이 되어 주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신곡은 불과 이틀도 되지 않아 1억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이런 상황들이 과연 기존의 매스미디어 만의 매체 환경에서라면 가능했을까? 


6. KPOP 

누군가는 말한다. BTS는 기존의 KPOP과는 다르다, 그들 만의 음악이 따로 있다. KPOP의 범주를 넘어 섰다고 한다. 물론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도 독특한 것도 맞다.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성공하게 된 데에는 꽤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관심 받고 인기를 끌어 오고 있는 KPOP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와 선호도가 디딤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 음악이란 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심도 전혀 없었다면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탁월한 실력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은 무척 좁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인기가 무조건 KPOP의 인기에 편승된 것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할 필요 없다. 그런 배경이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시대를 풍미했던 비틀즈나 마이클잭슨은 이제 해체되었거나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도 언젠가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아쉬운 것도 안타까운 것도 아니다. 그 자리를 누군가 다른 한국 아티스트가 채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에 버금가는, 어쩌면 더욱 뛰어난 대한민국 아티스트가 계속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확실한 것은, 그들이 써 내려가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 메시지와 음악, 그리고 열정은 이 시대와 팬들의 마음속 한 챕터에 영원히 기록되어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Love Yourself !”

 

 

[ Featured Photo by Andrew Seaman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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