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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에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를 심는 일이다. 사람들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바를 알아 내는 작업이다. 고객에게 만족과 기쁨을 주며 감동을 선물하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그들 모두에게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미션이다. 

마케팅은 시장(MARKET)을 움직여서(ING) 경제가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이다. 시장은 사람과 돈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결국 돈을 움직이게 하는 건 사람, 즉 소비자다. 그리고 그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이다.

 

전략적인 마케팅 기획자들은 목표 고객들이 원하는 바가 도대체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알아 내려고 애쓴다. 가능한 마케팅 조사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직접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결과를 토대로 통찰력을 발휘해 얻어낸 바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목표 청중의 주의를 끌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짠다. 디지털 마케터들은 드넓은 온라인 공간의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 맨 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모든 마케터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표적 고객, 나아가서는 더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서 그들이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활동들의 궁극적 목표 지점은 바로 잠재고객의 ‘마음’이다. 혹자는 ‘마음을 얻어도 소용이 없다, 막상 구매 시점에서 충동 구매나 비이성적 구매가 난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마음의 특성이다. 

 

아담 스미스가 합리적인 소비자를 가정했지만 이미 역사 속으로 폐기된 지 꽤 오래 되었다. 소비자는 결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놀랄 정도로 자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는 사람이고, 사람은 마음에 따라 행동한다. 그것이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말이다. 마음은 뇌의 작용이다. 뇌는 너무도 복잡하다. 뇌 자신뿐 아니라 몸의 곳곳과 상호작용을 지속한다. 이는 곧 무한히 많은 변수가 게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다 감정과 이성의 범주는 늘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 섞이기도 한다. 정형화가 도대체 불가능한 게 인간의 뇌,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의 뇌가 이러할진대 완벽한 이성과 합리성을 기대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분명히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했다. 빈틈 없이 완벽한 기획이었고 창의적 아이디를 바탕으로 한 기가 막힌 전개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왜일까?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을까? 근본적인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었을까? 도대체 알 수 없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말이다.

상당히 성공 확률이 낮은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들에 있어 이런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저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통계화된 자료, 확률에 근거한 이론들에 의해 마케팅 활동을 한다. 마음을 대상으로 한 통찰의 노력은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공은 막대한 비용을 투여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이 시대의 경제학자들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기에 행동경제학이 번성한다. 경제학과 심리학이 조우하는 지점이다. 인문과 과학의 만남이다. 영역 간 융합이 활발한 이유는 결국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은 그 동안 너무 군집의 대상화와 현상의 이론화에만 몰두했었던 것 같다. 또한 자연과학은 지나치게 정형화와 법칙화에 경직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아무래도 이 분야들이 서로 만나는 영역이 두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 하나는 ‘우주’요, 나머지는 ‘뇌’이다.

 

경제와 마케팅, 브랜딩은 모두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물론 저 우주 어느 곳엔가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에도 벌어지겠지만 말이다. 그 일을 일으키는 주인공도 사람이요, 그 대상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뇌’요, 뇌가 창조해 내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과 뇌를 연구하는 영역의 중심축이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알고 싶고 ‘뇌’가 알고 싶다.

생물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로 전공한 나는 카피라이터로 마케팅 영역에 입문해서 광고기획과 디지털 마케팅, 유통 마케팅 등을 담당해 왔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진지하게 마케팅을 통섭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무에서도 그다지 유능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의 경력보다 오히려 삶의 시간들이 마케팅 내지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천착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내 불만족스럽고 무능함에 가까웠던 경력의 한 가지 원인이 사람의 마음을 진지하게 탐구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오게 만드는 것 같다.

한 때는 그저 마케팅이 판매의 도구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호도에 넘어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수 많은 삶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마케팅의 목표임을 깨닫고 이해한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잇는 일이 마케팅이다. 그래서 나는 심리와 뇌를 공부한다. 비록 들어온 고객을 잡아 끌어서 지금 당장 카드를 긁게 만드는 데에는 별 쓸모가 없을 지라도 말이다.

 

 

[ Photo by Samuel Zeller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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