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한복판에 와 있는 이 시대에도 종이책은 여전히 가장 애정과 신뢰를 받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온라인에는 각종 정보와 자료, 이야기들이 넘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서점과 도서관을 찾는다. 책이 온라인보다 유리한 점은 주제에 대해 집중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콘텐츠를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구체화되어 보다 친밀하고 밀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이다. 신뢰할 수 있고 깊이 있는 내용과 전문가의 시각과 식견이 곁들여진 통찰력까지 얻는 데에는 아직 책 만한 것이 없다.

종이책의 시대는 갔다고들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수와 1인 당 독서 시간 및 독서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물성에 대한 찬사는 차치하고서라도 유용성과 상징성 모두에서 아직 종이책의 위상이나 선호는 여전하다. 독서인구의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종이책이 단순한 소비의 개념에서 창작과 공유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퍼스널 브랜딩 시각에서 볼 때에도 역시 책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책을 쓴다는 것은 저자가 꽤 많은 양의 지면에 자신의 지식, 정보, 의견, 창작내용 등을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일이다. 책을 한 권 쓰고 그것을 출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도 그 점을 잘 안다. 그래서 독자는 좋은 책을 쓴 저자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책은 온전히 저자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물리적, 정신적 실체가 되고 커리어의 증거 중 하나로서 인정 받는다. 이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더 없이 튼튼한 기반이 되어 줄 수 있다.

유명한 블로거나 유튜버, 그 밖에 전문 작가가 아닌 유명인들도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책이 자신의 커리어에 질을 높여 줄 레퍼런스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팬이나 독자들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은 그 자체로도 지속적인 브랜드 회상의 지렛대로 작용한다.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저술한 책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사람들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 인지하며 기억할 수 있는 ‘단서’이자 ‘증거’ 중 하나가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기 전에 마음 속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수준에 미달하지 않는 책을 써야 한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책을 쓴다는 것은 그마저도 있던 이름값을 하루 아침에 까 먹는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나쁜 이미지를 구축하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나 실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차라리 쓰지 않거나 훗날을 기약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책만 내면 그만인 것으로 이것 저것 그저 완벽하게 베끼고 짜집기 해서 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결국 사이비 책쓰기 강사들에게만 좋은 일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최악의 경험을 선물하고 저자는 악명을 얻고 만다. 나머지 한 가지는, 책을 써야 하는 이유를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책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퍼스널 브랜딩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굳이 책을 내야 할 필요가 없거나 적은 경우도 많다. 또한 책을 쓰기에 적절한 시기나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그 필요성과 상황적 적절성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이 모든 분야의 퍼스널 브랜딩에서 필수적인 플랫폼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음악, 영화, 오락,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유튜브나 공연, 온라인채널 등이 필수 플랫폼이다. 굳이 책을 내야 할 이유는 없다. 반면 다음과 같은 분야는 책을 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

1. 창작
2. 전문 지식 (경제, 경영, 기술, 인문, 사회과학 등)
3. 컨설팅, 코칭
4. 강연
5. 칼럼니스트, 기자


책을 내는 건 분명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누누이 언급했듯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철저한 기획을 해야 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고려한다면 이 점은 더욱 중요하다. 책을 쓰고 내는 것 자체가 마케팅 활동의 하나이기 때문에 기획도 마케팅적 전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다음은 책을 쓰기 위한 대략적인 기획 단계이다.

1. 테마 정하기
책의 주제를 정하는 일이다. 무엇을 테마로 책을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2. 핵심 독자 정하기
목표 청중을 정하는 일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퍼스널 브랜딩의 대상 고객들과 가급적 일치하거나 그들 중 일부분이면 가장 좋을 것이다. 독자에 따라 내용의 선별, 구성, 어조 등이 달라지고 책의 제목이나 디자인도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

3. 핵심 메시지와 컨셉 정하기
말 하려는 바와 풀어 가는 방식을 정하는 일이다. 같은 주제와 동일한 청중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여러 메시지를 생각해 낼 수 있다. 사람은 각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곧 메시지가 된다. 그리고 메시지를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기에 컨셉도 다를 수 있다.

4. 자료 모으기
책의 내용을 풀어가는 데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각종 자료들을 모으는 작업이다. 도서, 문헌, 논문, 웹사이트, 통계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해야 한다. 책을 쓰는 일의 대부분은 발췌와 요약이라고 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자료를 모으고 선별하며 필요할 경우 인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5. 목차 구성하기
책을 쓰는 데 있어 목차 구성은 뼈대를 세우는 일이다. 핵심적인 흐름을 잡는 일이다. 목차를 잘 구성하면 각 항목들에 대한 내용만 잘 써 내려간 후 이어 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책을 쓰는 작업이 아주 편해진다. 기승전결, 또는 서론, 본론, 결론 등 책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구성을 기반으로 목차를 고민해야 한다.

6. 글 쓰기
가장 핵심적인 글 쓰는 일이다. 사실 책은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쓰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그나마도 텍스트를 전혀 다루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책은 비교적 호흡이 길고 깊이가 긴 글이 대부분인 탓에 텅 빈 워드프로세스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도 꽤 많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듯, 인내를 갖고 책을 내는 그 날을 머리 속에 그리며 꾸준하게 앉아서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

7. 고치기
초고가 책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단순히 오탈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나 구성이 처음 글을 써 내려갈 때 완벽한 경우는 없기에 필수적으로 교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때로는 수정이나 교정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을 다시 쓰는 정도일 경우도 있다. 자발적인 수정 작업 이후에도 편집자의 요구나 의견에 따라 계속 다시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을 쓰는 본 작업은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나서 시작할 수도 있고 미리 써 놓고 출판사에 제안을 해 볼 수도 있다.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자비 출판을 할 것이 아니라면 될 수 있는 대로 편집자와 적극 소통하고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받아들여 반영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이다. 책 마케팅에 있어서는 출판사가 대부분의 저자보다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고 낸다는 것은 단순한 글쓰기 작업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내가 쓴 책에 들어가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를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 시각, 의견, 경험, 경력, 노하우, 희망, 상상, 지식, 지혜 등을 전달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만족스럽게 만들기 위한 총체적인 작업이다. 그 성과는 오롯이 나의 브랜드가 되어 주고 미래가 되어 주며 디딤돌이 되어 준다. 따라서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독자를 생각하며 최대한 책임감 있게 쓰고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hoto by Ethan Sexton on Unsplash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