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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고객 대상 인터뷰나 서면 서베이를 통한 마케팅 조사 방법은 직접적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첫째, 응답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성의 없이 답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둘째, 응답자 본인도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셋째, 감정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반응을 확인하기 힘들다. 

즉, 목표 잠재고객의 본심이나 감정을 파악하는 데에는 기존의 마케팅 조사 방법의 정확성이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뉴로마케팅을 기반으로 뇌의 반응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찰하면 응답자의 본심과 순간적인 감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뇌의 어느 부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하는지 알면 응답자가 어떤 반응과 감정을 갖는지 분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마케팅을 활용한 조사는 이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 꽤 많이 든다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나 뇌전도 검사(EEG) 같은 장비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해야 함을 고려하면 전통적 조사 방법에 비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제적 기업들이 뉴로마케팅을 활용해 오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적극적인데, 아무래도 예산에 여유가 있고 전략적인 연구와 투자의 일환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확실한 근거 자료를 얻는다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성공 확률을 높임으로써 실패 시 부담해야 할 어마어마한 실제 비용과 기회 비용의 손실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관련 기기들의 사용 비용이 더 낮아지고 새로운 첨단 장비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뉴로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들은 아주 많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몇 개 살펴 보도록 하자.


1. 펩시코 프리토레이(Frito-Lays)

프리토레이는 감자칩 패키지 결정에 앞서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뇌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 촬영과 함께 피험자들에게 보여 준 패키지는 감자칩 이미지가 들어간 반짝거리는 백 형태였다. 결과는 당황스러웠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담당하는 대상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즉, 부정적인 감정이 관찰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매트한 재질의 베이지 색상의 패키지를 보여 주었다. 이미지는 동일했다. 이번에는 처음 보여준 패키지에 반응했었던 뇌 부위가 반응하지 않았다. 즉, 부정적 감정이나 반응이 사라진 것이다. 프리토레이 측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감자칩 패키지를 매트 재질의 베이지색으로 최종 결정했다. 감자칩 판매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2. 페이팔

페이팔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핵심 컨셉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버전의 광고를 제작했다. 이 광고들을 소비자들에게 보여 주면서 EEG(뇌전도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원래 페이팔측은 안전과 보안에 중점을 둔 메시지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이나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뇌전도 검사의 결과는 오히려 서비스의 신속함에 대해 더욱 강하게 끌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팔은 이 결과를 신뢰했고, 핵심 메시지로 결정했다.

3. 캠벨

캠벨은 수프 제품 라벨을 리뉴얼하기 위해 무려 2년 간이나 심혈을 기울였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의 반응을 철저히 분석했다. 담당 마케터들은 그 과정에서 뉴로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그 이유 중 한가지는 소비자들이 수프라는 제품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즉 관여도가 낮았다. 또 하나는, 기존에 계속 진행해 왔던 전통적 소비자 조사 기법을 활용한 결과 그들의 의견과 구매 행동 사이에 괴리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주로 생체측정(biometric)기법을 활용해서 뉴로마케팅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라벨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우선 제품 라인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 패키지를 도입했다. 따뜻한 김이 나는 모습을 이미지에 추가하고 기존에 있던 스푼은 없앴다. 또한 로고 크기를 최소한 작게 변경했고 폰트 색상을 바꿨다. 

4. 프리토레이 치토스

2008년, 프리토레이는 치토스 과자의 새 광고를 위해서 EEG를 측정했다. 프리토레이 측은 소비자들이 과자에 입혀져 있는 오렌지색 분말 양념을 찝찝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비자들의 뇌에서는 오히려 오렌지색 양념을 집을 때 더욱 강렬한 선호 반응을 나타냈다. 결국 치토스의 광고와 포장지 색 모두 오렌지색으로 변경했다.

5. 코카콜라 vs 펩시콜라

2004년 사뮤엘 맥클레르와 동료들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관한 소비자의 선호를 비교 분석하는 뉴로마케팅 실험을 계획했다. 두 케이스를 대상으로 했는데, 첫 번째는 브랜드를 알려 주지 않고 시음을 했다. 반면 두 번째는 브랜드를 미리 알려 주고 시음을 하면서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을 촬영했다. 첫 번째 케이스에서는 두 브랜드의 콜라를 각각 마실 때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공통적으로 활성화됨을 확인했다. 반면 두 번째 케이스는 독특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펩시콜라임을 미리 알려 주었을 때에는 뇌에서 그다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코카콜라임을 인지시켜 준 경우에는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해마가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집중을 유지하거나 주의를 전환하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많은 기억들이 연관을 이루어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해마는 기억의 저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코카콜라는 브랜드 자체가 주목을 끌 뿐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강력하게 안착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6. 다임러 크라이슬러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독일 울름 의과대학에 의뢰해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장치(fMRI)와 뇌파 측정 장비를 이용한 소비자 반응 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는 남성으로 한정했으며, 다양한 차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들이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스포츠카를 봤을 때 뇌의 보상 중추가 자극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영역은 약물이나 술, 섹스를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겹쳤다. 또한 차의 앞면과 헤드라이트를 볼 때에는 안면 인식 중추와 동일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임러 측은 이를 비롯한 다양한 뉴로마케팅 조사 결과들을 신차 전략 및 디자인 개발에 활용해 오고 있다.

7. 기아자동차 K7

 

이미 많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는 알파뉴머릭(alphanumeric) 방식의 라인업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유럽을 위시한 글로벌 마켓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 신차 이름을 알파뉴머릭 형태로 붙이기로 결정한 후 어떤 알파벳과 숫자를 결합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목표고객층에 속하는 대규모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1차는 설문 조사 시 아이트랙킹 장치를 활용해 답변과는 괴리가 있는 피험자들의 진심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추려낸 후보군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서 알파벳과 숫자 각각, 그리고 조합들에 대해 즉각적, 감정적 뇌 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K7에 대한 반응이 가장 활발했으며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렸다. 또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더욱 좋았다. 결국 나머지 난관을 모두 뚫고 K7이 신차명으로 결정되었다. 2010년 K7은 출시되자마자 그랜저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 참조 > 
- 정재승. 2010. “세계가 놀란 k7, 뉴로마케팅의 승리”, 동아비즈니스리뷰 58호, 6월, Issue1
- Samuel M.McClure, JianLi, DamonTomlin, Kim S.Cypert, Latané M.Montague, P.ReadMontague. (2004, October 14). 

Neural Correlates of Behavioral Preference for Culturally Familiar Drinks. Neuron, 44(2), 379-387.
- Crescendo Agency. (2017 October 11). How Big Brands are Using Neuromarketing to Stay Bold. Medium. 

Retrieved from https://medium.com/@Crescendo_Agency/how-big-brands-are-using-neuromarketing-to-stay-bold-4601b25582a
- Jennifer Williams. (2010 February 22). Campbell’s Soup Neuromarketing Redux: There’s Chunks of Real Science in That Recipe, 

Fastcompany, Retrieved from https://www.fastcompany.com/1558477/campbells-soup-neuromarketing-redux-theres-chunks-real-science-recipe

 

 

 

 

[ Featured Photo by Calle Macarone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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