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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를 얻고 잘 나가던 유명인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잘 나갈 때는 그렇지 못할 때에 비해 주위 사람들을 비롯해 타인의 주목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가려져 있던 단점이나 잘못한 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그렇게 드러난 단점이나 문제점은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해 갖는 더 높아진 기준 덕분에 강도가 더욱 세게 느껴진다. 셋째, 잘 나갈 때에는 심리적으로 대담함과 자만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주위의 유혹이나 함정에 빠져들 가능성 또한 커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 제목처럼, 날개 달고 잘 올라가다가 추락하면 차라리 땅에서 발버둥칠 때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잘 나가기 전이라면 흐지부지 되고 말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세 가도 중의 낙마는 인생 최대의 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도 비슷하다. 그래서 대기업은 위기 관리를 위한 팀을 자체적으로 갖고 운영한다. 그 이유는 단 한 번의 위기가 거대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 없을 정도로 잘 나갈 때도 위기상황임을 외친다. 그리고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들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정하고 대비한다. 개인도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아주 잘 나가는 지인이 한 명 있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스스로 성취한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만해지고 사람을 이용해 먹으려는 모습에 눈이 찌푸려 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못 나간다고 생각되는 이들은 대 놓고 무시하고 더 많은 것들을 향해 탐욕스런 행보를 멈추지 않던 어느 날, 그는 갑작스럽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현재는 경력적으로나 도덕적, 법적으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렇게 된 원인은 그의 자만과 탐욕 때문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스스로가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에 있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남 탓만 가득 차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전혀 없었다. 아마 그가 늘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점검하고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그렇듯 스스로 추락의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잘 나간다는 것은 곧 권력이나 명예, 부 등을 획득하는 변화를 얻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사람을 바꾼다. 사람의 심리가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건 이미 심리학계에서 여러 실험들로 입증된 바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1971년 실험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유명하다. 가짜 감옥에서 자원자들을 교도관과 수감자로 나누어 역할을 분담시킨 후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몇 일이 지나자 마치 교도관 역할 담당자들은 마치 자신이 실제 교도관인 것처럼 권위적으로 행동하고 심지어는 가혹행위를 하기도 했다.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러 교수는 실험을 전격적으로 중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처한 환경 변화에 따라 얼마나 나약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심리실험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를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고 부른다.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럴 때에는 바쁜 자신의 상황에 지나치게 파묻혀 기쁜 비명만 지르지 말고, 그럴 때일 수록 오히려 더 차분해 지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자신과 주위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잘 나가는 건 좋지만 그 상황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길 대부분은 주위에 낭떠러지가 있는 아주 좁은 외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고 조심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을 가족 데리고 열심히 여행 가는 것처럼 말이다. 진짜 무서운 건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피부에 난 종기는 짜내면 그만이지만 몸 안의 염증은 보이지도 않기에 대책도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위험을 더욱 경계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겸손’과 ‘절제심’을 갖는 것이다. 잘 나가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교만’과 ‘탐욕’이 자리잡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늘 자신의 마음가짐을 성찰하고 점검해서 겸손해지고 절제하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잘 나간다고 생각이 들면 우선 내가 이전보다 혹시 교만해지지는 않는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주위의 부추김에 지나치게 탐욕에 빠져 들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반문해 보아야 한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워렛 버핏은 어릴 적부터 살아 왔던 오마하의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몇 평 안 되는 사무실에서 공부를 한다. 그가 구두쇠라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재산을 사후에 기증할 것을 약속했으며 다양한 자선 기금을 통해 활발히 사회 환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은 미국에서 태어나 좋아하는 일을 일찍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던 행운 덕분이라는, 지극히 겸손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의 품행은 언제나 교만과 탐욕과는 거리가 멀다. 자주 위기가 찾아 왔지만 인생의 황혼에 든 그는 추락 없는 비행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러한 겸손과 절제의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 나가는 길을 달려갈 때에는, 반드시 자주 멈춰 서서 그렇지 못했을 때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언젠가도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내가 가장 깊이 새기고 있는 말 중 하나가 ‘새옹지마’이다. 잘 나갈 때 큰 어려움이 다시 올 수도 있다. 그저 희희낙락 기분에 취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위험한 때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겸손과 절제의 옷고름을 저며야 할 때이다. 또한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오히려 화를 면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에는 희망을 품고, 잘 나갈 때에는 겸손과 절제를 품어라. 그러면 인생이라는 비행에서 갑작스러운 추락의 가능성은 최대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 루시퍼 효과 :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본래 선량한 사람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본의 아니게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기도 하는 현상을 말한다.

 

[ Photo by Sead Dedić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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