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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은 포르투갈 출신 '호날두’라는 축구 선수는 단 하루 만에 한국 축구 팬 거의 모두를 안티로 만들었다. 자세한 경위야 어떻게 되었든 그는 세계에서 꽤 상위권에 드는 축구 실력에 비해 터무니 없이 못 미치는 인성을 보여 주고 말았다. 최소한의 성의와 진심이 담긴 반응을 보여줬더라면 이 정도로 극적인 비난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돈에만 눈이 어두운 그에게 우리나라 팬들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호날두라는 개인 브랜드는 ‘따뜻함’에 있어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음으로써 ‘유능함’에도 흠집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날강두'라는 악명까지 얻게 된 그의 브랜드는 오히려 없는 것만도 못한 부정적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수잔 피스크(Susan Fiske)는 그녀의 저서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 드는가’에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을 ‘유능함(competence)’과 ‘따뜻함(warmth)’이라고 했다. 유능함은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따뜻함은 진실되고 인간적인 친밀감을 말한다. 사람들이 이 두 가지 요소를 중시하는 것은 생존과 진화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포괄적인 이 두 요소를 신속하고 정확히 판단하면 상대방에 대해 신뢰를 취하는 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하고 명확해서 이런 것쯤은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한 것을 범주화하고 객관화하는 건 아주 중요하면서도 때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주장을 접했을 때 내가 어떤 상대를 판단하거나 평가할 때 이 두 가지 요소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대하는 많은 것들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요소일 지 모른다.

특히, 수잔 피스크 교수는 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 두 가지 요소의 적용 기준과 사례들을 다양하게 들었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퍼스널 브랜드에 무척 효과적으로 들어 맞는다는 통찰을 얻었다. 수잔 피크스 교수의 연구는 주로 기업의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 그녀가 유능함과 따뜻함이라는 두 요소를 발견해 낸 계기는 그녀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싹이 텄다. 즉 시초는 대상이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브랜드는 의인화할 수 있는 것이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퍼스널 브랜드는 그 자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는 기업 브랜드에서보다 더욱 중요하며 효과적인 요소로서 적용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기업 브랜드의 경우에는 유능함에 있어서는 문제가 덜 하지만 따뜻함의 경우에는 통제가 쉽지 않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마치 사람처럼 대하긴 하지만 실제 접촉 지점은 한 사람의 소비자와 한 사람의 기업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 대표 한 사람이 소비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각각 소비자들을 접촉하게 되는데 그들 모두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통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만약 어떤 한 직원이 성격이나 조직에 대한 불만 탓에 고객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제공할 경우 대표나 주주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일은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그래서 기업 브랜드는 이 두 가지 요소 모두를 제대로 끌고 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드는 조금 다르다. 퍼스널 브랜드도 브랜드 파워가 올라가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함께 일하거나 고용 관계에 있게 되는 구성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퍼스널 브랜드는 그 사람 자체이다. 고객을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개인이고 고객도 브랜드를 대할 때 사람 그 자체로 여기게 된다. 즉 퍼스널 브랜드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스스로의 생활, 표현, 행동만 제어할 수 있다면 두 가지 요소를 통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가식적인 외면이 아니라 진심에 바탕을 둔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임은 말 할 것도 없다.

수잔 피스크 교수의 ‘유능함-따뜻함 모델’을 퍼스널 브랜딩에 적용해 보자. 사랑과 신뢰를 함께 받는 퍼스널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퍼스널 브랜드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함은 말 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야 하는 것과 같다. 더불어 고객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커뮤니케이션과 응대를 통해서 호감과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고객에 있다. 고객을 나 몰라라 할 거면 브랜딩을 할 이유가 없다. 고객에게 항상 진실된 고마움을 느끼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며 인간적으로도 따뜻하게 대하며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따뜻함은 단지 고객을 대할 때 웃고 미소 짓는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언제나 진실되고 겸손하며 절제된 행동과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밖에서는 아무리 온화한 척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상 생활은 짜증과 허세, 거만함과 타인에 대한 무시로 가득 차 있다면 언젠가는 은연중에 실제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가치관과 생활 태도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으며 진실되지 않은 행동은 고객들의 눈치라는 레이더에 걸려 들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거짓된 따뜻함을 알게 되면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어 있던 애정은 없어지고 오히려 증오만 남기게 되어 있다. 즉 마음 깊은 곳의 진심이 담긴 따뜻함 만이 퍼스널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이 애정과 사랑을 갖게 할 수 있다.

유능함과 따뜻함 모두를 갖춘 퍼스널 브랜드는 고객, 나아가서는 대중들에게 좋은 평판이 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연예인들을 살펴 보자. 실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매너나 생활에서 문제를 일으켜 인기를 한 순간에 잃고 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반면, 인성은 정말 나무랄 데 없는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이들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거나 반짝 스타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대중에게 지속적이고 깊은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다. 최고의 스타 유재석이 오래도록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이유야말로 그가 가진 유능함과 따뜻함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퍼스널 브랜딩을 목표로 한다면 ‘유능함’과 ‘따뜻함’이라는 기준을 완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목표로 하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 되려는 지적 노력은 물론 고객들에게 진심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마음과 태도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함께 한다면 그 목표는 꼭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

수잔 피스크, 크리스 말론. (2015).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 전략시티

Susan T. Fiske, Amy J.C. Cuddy, and Peter Glick. (2007). Universal dimensions of social cognition: warmth and competence. Science direct Vol.11 No.2. 77-83

 

 

[ Featured Photo by Carli Jeen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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