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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글꼴에 대해 관심이 큰 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글꼴의 취향에 있어서 호불호가 명확하며, 글꼴 사용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같은 글자와 내용도 인쇄나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글꼴의 종류, 두께, 크기, 색상 및 기타 부가적 연관 요소들에 따라 독자에게 주는 가독성이나 의미, 영향 등이 다르다. 따라서 상품이나 마케팅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글꼴의 사용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글꼴에 관련해 몇 가지 흥미로운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해 본다.

 

2008년 미시간 대학교에서 심리학자인 송현진과 노버트 슈와르츠는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심플해 보이는 글자와 복잡해 보이는 글자가 각각 수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이다. 일단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절반에게는 가독성이 좋은 심플한 글꼴로 쓰여진 목표 과제를 제시 받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상대적으로 복잡한 형태라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꼴로 목표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두 그룹 각각에게 수행과제에 대한 평가 의견을 받아 보았다. 그 결과 심플한 글꼴로 과제를 제시 받은 그룹의 피험자들이 다른 그룹 피험자들보다 수행 목표의 달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낙관적이었다. 더불어 요리 레시피도 동일한 방식으로 제시되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심플한 글꼴의 레시피를 제시 받은 피험자들이 다른 그룹보다 요리의 준비 시간 예측을 더 짧게 예상했을 뿐 아니라 기술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글꼴의 난이도 내지는 복잡도에 의해서 그 내용의 수용에 있어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즉 깔끔하고 간단하며 현대적인 글꼴로 쓰여진 글은 복잡하고 고전적으로 보이는 글꼴로 쓰여진 글에 비해 다소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내용으로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위 연구들이 단순한 글꼴이 무조건 최고라는 공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쉬운 이해와 빠른 반응을 필요로 하는 경우들, 예를 들면 설문지나 매뉴얼, 가입 신청 양식, 판촉물 등은 가급적 가장 심플한 글꼴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거나 기술적, 학문적 수준이 높아 보이는 것을 전략적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심플한 글꼴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 때는 의도적으로라도 다소 복잡하고 화려해 보이는 글꼴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프린스턴 대학교와 미시간 대학교가 공동으로 글꼴의 가독성이 학습과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이 연구의 결과, 놀랍게도 가독성이 낮은 글꼴이 학습과 기억에 있어 보다 효과적이었다. 읽기가 어려운 글꼴의 경우 쉬운 글꼴에 비해 보다 더 주의와 집중를 기울여야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학습과 기억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위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사용하는 목적이나 용도, 사용환경 등에 따라 글꼴의 선택이 전략적으로 결정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지면이나 화면 속에서도 서로 다른 글꼴을 적용함으로써 강조나 요약, 기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로고나 문양, 캘리그라피 등 글꼴을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적 고안들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글꼴은 그 자체로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읽는 데 난이도가 높은 글꼴이 정치적 편향성을 감소시킨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초등학교 학생들 대상의 경우 글자의 사이즈를 감소시키는 것이 읽기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앞으로도 글꼴의 종류나 크기, 색상, 가독성, 활용 등 관련 연구 성과와 자료들이 많이 나와서 다양한 방면에서 이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참고 ]

Song, H., & Schwarz, N. (2008). If It’s Hard to Read, It’s Hard to Do. Psychological Science, 19(10), 986–988. doi:10.1111/j.1467-9280.2008.02189.x

Ivan Hernandez, Jesse Lee Preston. Disfluency disrupts the confirmation bia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013; 49 (1): 178 DOI: 10.1016/j.jesp.2012.08.010

Katzir, T., Hershko, S., & Halamish, V. (2013). The Effect of Font Size on Reading Comprehension on Second and Fifth Grade Children: Bigger Is Not Always Better. PLoS ONE, 8(9), e74061.

 

 

 

[ Featured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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