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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가 fMRI를 이용해서 사람이 구매 활동을 할 때 뇌의 변화를 촬영한 연구는 이미 많은 책과 자료에서 다루어져 잘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구매 충동을 유발하는 상품을 보면 동기 보상 경로의 중심축인 측좌핵이 활성화되고, 곧 이어 그 상품의 가격을 확인하게 되면 내측 전전두피질과 함께 섬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섬엽은 고통을 감지하는 부위다. 즉 멋진 상품을 보면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보상을 예상하여 쾌락의 기대감을 느끼는 반면,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할 금액을 보는 순간 이성의 방에 불이 켜지면서 동시에 돈의 손실에 대한 고통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고 싶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그것을 가졌을 때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상상과 기대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 상품에 대한 소유욕이 성공적으로 발생된다면 우리는 구매를 위한 단계에 착수하게 된다. 상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가격을 체크하게 되는데, 이 행위는 상품의 소유와 달리 내 돈을 잃는 것이 된다. 따라서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이 얼마이든 손실에 따른 적어도 최소한 이상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때, 만약 그 상품에 대한 기대와 소유욕의 정도가 비용의 크기보다 확실하게 크다면 비용의 지불에 따른 고통은 보상의 기대 욕구에 의해 감소 내지는 소멸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심적 갈등이 매우 커지거나 구매 포기, 또는 구매 후 심리적 불만족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소비자의 구매 과정 순간에는 소유욕에 따른 보상 회로의 가동, 비용 지불에 따른 손실고통의 감정, 그리고 비교 분석의 이성적 영역 등이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서로 줄다리기를 벌이게 된다. 

이는 결국, 어떻게든 기대감을 높여 구매 동기를 강하게 만들려는 마케터의 전략과 최대한 쓸 데 없는 지출을 줄여 손실을 방지하도록 마음의 욕구를 억제하려는 소비자의 이성 사이에 벌어지는 나름 치열한 전투라고 볼 수 있다. 


마케터가 이 치열한 전투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주는 동시에 비용 지불에 따른 손실의 심적 고통의 크기를 줄여 주어야 한다.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활동에는 광고, 홍보, 이벤트, PPL 및 브랜딩 활동 등이다. 이런 활동들은 잠재고객들에게 상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복 노출시킴으로써 인지 범위 내에 포착되게 만들어 친근한 감정적 선호를 형성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믿을 수 있는 기업의 상품이라는 신뢰감을 갖게 함으로써 선택적 선호를 구축한다.

손실의 심적 고통을 줄이는 방법 중 효과적인 것은 적립금, 이른바 마일리지 제도이다. 적립금은 금전적 할인 효과와 동일한 효과를 거두면서도 재구매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 단서를 창출해 주는 할인 제도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할인 혜택과 특가 이벤트 등도 손실 고통에 따른 구매 회피 동기를 감소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다만 할인 관련 행사를 지나치게 자주 활용할 경우 동기 부여 효과가 감소되거나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구매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심리적 줄다리기는 구매 후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매 후 만족도는 재구매와 브랜드 충성도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보상에 대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 그로 인해 손실에 대한 충격과 불만은 몇 배로 높아질 것이다. 이는 비용적 측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주위의 누군가가 동일한 상품을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을 발견했다면 그 가격의 차이는 심리적으로 큰 손실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과 효용성은 구매 후 심리적 만족도와 재구매 욕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통제되지 않은 가격 정책은 구매자에게 큰 손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의 유지가 쉽지 않다. 소비자는 결코 아주 합리적인 존재도 아니고 늘 감정적이기만 한 존재도 아니다. 더불어 소비자의 심리는 구매를 고려하는 단계, 구매를 탐색하는 단계, 구매 시점과 구매 후 단계 등 다양한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와 변화, 감정과 이성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

 

 

 

[ Photo by Nicholas Jeffries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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