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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via flickr by noqontrol ]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불과 3~4년, 아니 2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삼성 애니콜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랬었죠. 전세계적으로도 노키아를 추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으며 북미대륙에서는 이미 앞질러 있었습니다. 디자인과 내구성에 있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차는 찌그러졌어도 애니콜은 살아 숨쉬어 주인을 구해냈습니다. 격찬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그래서 더 올라갔습니다. 그러나...그 뿐이었습니다.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애플이라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놈이 나타납니다. 휴대폰 분야에 눈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았던 녀석이 나타나서 밥그릇을 가로채기 시작합니다. 아니 다크호스라고만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녀석입니다. 아직은 전체적으로 볼 때는 조금 어린 놈이지만 2~3년, 아니 1년 뒤만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가진 무기는 삼성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말이 진리였습니다. 어쩌면 그게 전부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시장이 삼성이 생각했던 그런 시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뭔가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삼성은 결심합니다. 이 놈과 이제 경쟁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이러다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장에서 서서히 세력을 잃어갈 수도 있다. 빨리 더 강력한 나의 장기로 뒤엎어 버려야겠다. 그래서 그 놈이 가진 무기와 거의 똑같으면서도 내가 가진 장점을 몇 개 더 얹어서 싸움을 붙기로 했습니다. 삼성은 돈이 있고 강력한 한국의 지지자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아직 새로운 패러다임에 완전히 장악당하기에는 시간이 남았으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게 이야기의 끝입니다. 사실 놓고 보면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없습니다. 흔히 추격 당할 것이 뻔해 보이는 상황에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당황함입니다. 허둥지둥합니다. 온통 머리 속에는 쫓아 오는 추격자에 대한 두려움, 급함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동안 잘 보고 있던 산마저 보지 못하고 나무만 헤짚어 댑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모습입니다.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만약 삼성전자가 휴대폰 부문의 비전을 장기적으로 포기한다면 논할 가치 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설마.

그렇다면 가만히 보죠. 애플과 삼성의 스토리는(모바일 부문에 있어서) 어딘가 삼성과 소니의 스토리와 닮지 않았나요? 많이 닮았습니다. 시장에서 최고를 달리는 이와 이를 쫓는 서부극이나 마라톤 경주의 이야기같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삼성은 어쩌면 소니가 저지른 실수를 그대로 애플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패자에게 더 중요한 법입니다. 패자의 실패를 돌이켜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배우고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물론 지혜는 실행할 때 빛을 발휘해야 합니다. 삼성은 그 빛을 잃어 버렸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소니는 삼성에게 디지털 패러다임의 시대에 아날로그 사고방식을 들이댔다가 벌거벘겨졌습니다. 그래서 소니는 빨리 변신을 해서 디지털 패러다임의 시대로 같이 들어가서 똑같은 개념의 제품들로 들이댑니다. 그런데 이미 삼성은 그 패러다임에서 기술, 디자인, 고객의 로열티 등 대부분에 있어서 선점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결국 소니는 삼성의 이러한 우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내내 뒷꽁무니만 쫒아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패러다임 쉬프트. 이 때에 뒤쳐지면 그 때 짜진 형국을 뒤집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개방과 근대화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무시했던 무지의 댓가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치루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자기가 이겼다고, 바보같다고 어쩌면 무시까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소니와 똑같은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만약 내부적으로 다른 전략이 있다면 미안...그것까지는 난 모르는 일이니..) 이미 패러다임이 뒤집혀서 대세를 쥐고 있는 자에게 또 별다른 것 없는 것을 열심히 만들어서 대듭니다. 근데 소비자들 보기에는 그것 자체도 별볼일 없습니다. 또 실제로 그렇습니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과 인력이 썩어 남아 도나요? 솔직히 과장되게 말해서 해봤자입니다. 이미 애플과 심지어는 블랙베리나 htc에게 뒤집혀진 형국을 또 뒤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니,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이겨도 이미 그 때는 또 다시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피만 흘리고 산은 무너진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삼성전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열심히 비슷한 기계를 만들어 바치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전혀 안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쪽에 전력을 기울이면 안됩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다음의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한 번 잘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스마트폰이 다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삼성이 내놓은 스마트폰들은 OS만 달랐지 모양이나 기기적 인터페이스 자체가 아이폰과 아주 유사합니다. 즉, 아이폰이 이미 통신과 컴퓨터를 결합한 스마트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그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 간다는 건 결국 종속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럴수록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마케팅해주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만 합니다. 그게 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했던 일을 삼성전자도 다른 것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마인드와 풍부한 상상력과 기존의 마인드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로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을 갉아먹고 있고 아이패드는 넷북시장을 갉아 먹고 있습니다. 아마 믿을 만 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스티브옹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기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이 아이TV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금까지의 컨버전스 개념의 개발 개념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대충 어떠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이 갑니다. 혹시 아이TV가 기존의 TV 시장을 갉아먹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TV 시장의 패러다임은 또 한 번 뒤집어 질 수 있고 삼성이나 소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함께 팔짱을 끼고 사이좋게 쫓는 자의 신세가 될 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시대의 시장의 변화는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가속적입니다. 순식간에 변화하고 맙니다. 물론 애플도 언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라, 모든 걸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은 전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걸 실천하고 성과로 이룩해 내는 데는 각고의 노력과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을 수 있는 사고력, 창의력,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미 이 판 속에서 애플을 쫒는 건 늦었다고 봅니다. PMP업체의 경쟁자는 더 이상 다른 PMP 업체가 아니란 것쯤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을 경쟁자로 인식하지 말고 한 차원 넘어서 현재 애플이 벌이고 있는 패러다임을 강력하게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길만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애플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갤럭시A나 S로 아이폰을 넘기는 불가능합니다. Z가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노력으로 아이폰, 스마트폰의 망령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것을 창조해내서 소비자들에게 충격적인 보랏빛 소를 보여줄 수 있어야만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현명하고 똑똑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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