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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via flickr by retrofuturs/stephane massa ]

세스고딘은 그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마케팅 부서를 '완성 직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져다가 그것의 장점을 목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돈을 쓰는 집단'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말은 마케팅 부서나 마케팅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마케팅 부서를 사용하는 데 쓰는 무지에 가까운 개념을 적나라하게 비꼰 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말을 들어도 쌉니다. 심지어는 어떤 기업은 마케팅을 영업의 한 부분이나 비슷한 것 쯤으로 생각하는 곳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디지털 관련 블로그에 마케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디지털 마케팅도 기존의 마케팅과 실상 똑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루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마케팅을 생각하는 방식이나 관념에 있어서의 기존에 존재해 있는 문제점이 수정되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아날로그 시대의 오류들이 그대로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도 전이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마케팅은 기업이 원하는 Market, 즉 시장이 스스로 일어나서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로 움직이게(ing) 만드는 작업입니다. 소비보다 공급이 과잉되는 현대의 시장에서, 나와 똑같은 영역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쟁자들이 우글우글 들끓어대는 시장에서,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거나 내 제품이나 서비스에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려 하지 않는 시장에서, 그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을 자발적으로 내 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바로 마케팅입니다. 즉, 제대로 수립, 실행된 마케팅 전략 및 활동은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즉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일을 제품 개발이 끝난 상태나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출시를 얼마 앞 둔 상태에서 수립합니다. 그 때는 마케팅 전략의 수립 시점이 아니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수립 시점입니다. 이미 때가 늦은 겁니다.

제품의 기획 단계, 아니 제품의 개발 동기가 부여되는 순간부터가 마케팅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즉, 그 동기와 제품의 탄생 자체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이 차별화되고 눈에 띄며 기발해야 성공의 가능성, 앉아서도 돈 벌어 줄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지금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은 거의가 다 그러한 마인드와 전략 하에서 출시된 제품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물론 나름대로 차별화라던지 소비자 욕구에 맞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기획한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다지 차별화되지 않고,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으며, 그다지 기발해 보이지 않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합니다. 그리고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과연 무엇을 마케팅해야 할런지...

저도 광고대행사 출신입니다만 당시 대부분의 광고주가 내미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경쟁사와의 차별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광고주가 강조하는 차별화의 내용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 아닌, 그야말로 기업이 자기 나름대로 그냥 소설 써 놓은 쓰레기같은 것들 뿐이었습니다. 광고대행사는 그걸 갖고 최대한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커뮤니케이션 컨셉으로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광고주도 잘 모르는 그러한 제품의 특성과 컨셉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광고대행사의 능력이자 크리에이티브였습니다. 과연 그러한 작업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주인도 정확히 무엇이 뛰어난 지 모르는 자식놈이 계속 잘 커나가겠습니까?

여담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광고대행사에 몸담고 있던 시절, 당시만해도 자동차 업계의 최고 자리를 놓고 다투던 어떤 회사에서 광고대행사에 중형차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거듭된 아이디어 끝에 '제품'에서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 중에서 컨셉을 뽑아 낸 대행사가 그 컨셉을 프리젠테이션에서 발표했습니다. 과연 그 컨셉은 혁신적일 만 했고 기발했습니다. 그 때 대표인지 임원인지가 개발담당자들에게 과연 그 컨셉이 먹힐 정도로 제품이 따라 주는지를 질문했고 나름 자신 있다는 답변을 얻어낸 결과 광고안이 통과되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리없이 강한 차'라는 광고였으며 그 광고로 인해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실제 그 회사 자동차 판매 영업점에서 영업 담당자들로부터 '광고때문에 잘 팔린다.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이야기를 제가 직접 귀로 들었습니다. 승용차 고객들은 실제로 차에서 발생하는 여러 '소리'들에 대해 민감했고 좋은 차들은 잡스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리가 조용했다는 후문은 별로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렇듯 '약간이나마' 차별화된 제품(그런데 그 차별화란 것이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느끼기 힘든)이나 전혀 다른 것이 없는 제품이라도 마케팅 전략과 광고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에 의해 씌워지는 초절정 메이크업을 통해 뛰어나고 굉장한 것처럼 차별화되어 보이는 이미지로 탄생시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역할을 맡은 것이 기업의 마케팅 부서였고 최전선에서 활동한 용병들이 바로 광고대행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스미디어 시대가 지나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그러한 가면 작전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광고의 약발은 이미 대부분 힘빨을 잃어 버리고 있고 기업들은 벌거벗겨지기 직전의 상태입니다. 소비자는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할 뿐 아니라 각 소비자 개개인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정보 수집의 한계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보완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제 기업이 살아 남을 길은 기업 존재의 시작에서부터 마케팅의 개념과 전략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심지어는 구멍가게같은 옷집이라도 철저하게 마케팅 개념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뛰어나거나 차별화시키지 않으면 성공이 거의 불가능한 시기에 와 있습니다. 즉, 마케팅은 기업 자체의 업무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업무의 시작에서 끝까지가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입니다. 고만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엄청난 물량과 투자비를 쏟는다면 반드시 지는 싸움이라고 단언할 수야 없겠지만 이기더라도 흘린 피는 엄청난 양이 될 수 있습니다. 마케팅 전략 하에 잘 기획된 사업 자체는 그야말로 별도의 큰 홍보보나 광고 비용의 투자 없이도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제품 또는 서비스는 그 자체가 이미 광고이며 입소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 고생시킬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원칙은 디지털 혁신 시대,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도 여지없이 적용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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