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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via flickr by Park Howell ]

광고는 말 그대로 널리(廣) 알린다(告)라는 뜻이지요.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생이나 존재, 그리고 강점과 유용함을 최대한 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널리 널리 알리는 것이 광고입니다. 그래서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목도'와 '상기도'입니다. 독특하고 강력한 메시지 만이 더욱 널리 알려지는 데 유리하고 많은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상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선호도'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는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고객들이 좋아하게끔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열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호하게끔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광고인들은 여기서 중요한 핵심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광고의 더 큰 대의, 즉 광고가 해주어야 할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목표이자 광고 자체의 존재 이유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바로 광고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여기서는 그냥 '제품'으로 통칭합니다)가 목표로 하는 잠재고객들에게 실제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그들에게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로열티를 형성하게 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아주 오랜시간동안, 아니 앞으로도 얼마간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광고의 핵심 목표가 광고인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지는 일들이 자꾸 반복이 될까요? 그 답은 바로 광고인들의 자질이나 능력, 무능한 광고주 등에 있지 않고 지금까지의 미디어에 들어 있습니다.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일방향성의 거대 매스미디어들은 지난 세기동안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거의 독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들 중에 광고가 들어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몇 개 안되는 통로로부터 쏟아 들여져 오는 매스미디어의 정보와 광고들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방식에 길들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더욱 많이 쏟아 부어 엄청난 양의 광고를 때리는 제품은 당연히 그 속에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쟁업체가 똑같이 돈을 많이 쏟아 붓고 광고의 양이 많아져서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이 메시지를 받아 들일 자리가 더 이상 없어지자 이제는 아이디어를 이용해 더 독특하고 더 기발한 광고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더 받고 기억이 잘 된 제품들은 다른 제품들보다 선호도가 높아졌으며 그에 따라 실제 구매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패턴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광고의 노출로부터 실구매, 나아가서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변수가 개입될 여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광고인들은 이러한 매스미디어에 길들여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 및 기본적인 광고의 존재의 이유보다는 한정된 크리에이티브에 전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짙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방식이 의미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믿음직하던 기존 통로인 매스미디어에 틈이 생기고 비가 새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에는 감히 생각하기도 힘들었던 보이지도 않던 다양한 소규모의 통로들이 거세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 물결의 양이 급격히 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난감한 것은, 기존에 먹히던 '주목-->구매'까지 나름 꽤 성과있게 흘러갔던 잠재고객의 구매전환패턴이 급격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광고의 노출에서 실구매까지의 과정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나서 끊임없이 광고의 효율성을 급격하게 떨어 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이 통로와 변수들이 블로그 및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뉴미디어들이라는 것은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는 이 뉴미디어들은 기존의 광고에도 강력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위협이 되는 이유는 뉴미디어를 통한 소비자들의 광고 메시지 수용 패턴이 기존 방식과는 상당히 틀리다는 것과, 나아가서는 어쩌면 전통적인 광고 자체의 존재 필요성 및 의미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광고를 보고 제품의 정보를 접하고 좋아하고 기억하고, '아, 저거 TV에 광고하던 그 제품이네'하고 감탄하며 무조건 그 제품을 사는 그런 시대는 이미 종말을 고한지 오래입니다. 설사 광고를 통해 구매욕구를 가졌던 제품들도 그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까지는 온갖 새로운 미디어들을 통한 변수들이 장애물처럼 방해를 일으킵니다. 결정적으로, 이제 소비자들은 웬만하면 광고를 그대로 믿지도 않을 뿐 아니라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광고에 진절머리를 치던 소비자들이 이미 광고의 메시지에 대해 진실성이나 신뢰성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이 시기에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도 원하는 정보를 뉴미디어를 통해 더욱 신뢰감과 공동의식을 갖고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광고의 앞날에 큰 어둠을 드리우는 사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위는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인 사치앤사치사가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의 틀과 사고방식을 고수하려는 광고대행사들에게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닥칠 수도 있는 종말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동영상입니다. 비록 이 동영상이 자신들은 그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식의 광고 목적의 동영상 중 하나이지만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임팩트를 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광고대행사는 그 영역을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의 기획, 제작 및 매체 집행'에만 두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거대규모의 일부 광고대행사의 경우에는 보다 넓은 마케팅 전반의 영역에서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광고대행사에서는 기존 전통미디어에의 광고 제작 집행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주목과 상기를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광고의 임무는 이미 임무 자체의 존재가 의문이 되고 있으며 더 이상 구매로까지 연결시킬 수 없는 끈을 부여잡고 있는 전통적인 광고의 역할은 관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통적인 기존 매스미디어가 만들어 낸 현재 모습의 광고대행사의 역할 한계는 광고 대행사가 스스로 깨어 내야 합니다. 광고의 원래 목표인 고객들의 실구매를 이끌어 내는 일과 제품에 대한 장기적인 로열티를 확보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 전통적인 광고에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이상 광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내지는 목표 잠재고객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는, 즉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한 걸음 더욱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광고주들이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는 이미 존재의 가치가 없을테니 말입니다.

어쩌면 10년, 아니 5년 내에 '광고대행사'라는 이름을 불리기 원하는 지금의 광고대행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광고인들의 몫이 아니라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점,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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