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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py Field in Giverny, Claude Monet ]

마케팅에서 다름이라는 것, 차별화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과 '다름'이라는 의미에는 남보다 '나음'의 암묵적 의무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지 남과 다르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보다 무언가 나아야 한다는 일종의 결과론적 압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르고 낫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내가, 내 제품이, 내 기업이 남과 구별될 수 있음은 물론이요 그 속에서 돋보일 수 있는 내재적인 힘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전력을 다해 찾아내야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름'을 찾아 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 일입니다. 다른 요소를 찾아내도 어딘가에 똑같은, 아니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찝찝하게 유사한 그 다름이 비슷함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힘도 빠지고 지치는 것입니다. 보통 차별화를 기치로 내세우는 경우 많은 마케터들의 논리는 물론 논리의 청취자가 유혹받기 쉬운 부분이 이런 힘빠지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이고 의미없는 다름이라는, 자칫 암흑세계로부터의 그것입니다. 이 치명적 유혹은 핵심이 상당히 빈약한 상태에서 과장되고 선정적인 포장을 통하여 탄생되는 '거짓으로 위장된 다름'의 대량 생산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차별화는 마치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얼굴에 경악할 수준의 메이크업을 덧칠하거나 가면을 씌운 것과 같아서 언젠가는 그것의 본질이 드러나면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나도, 내 제품도, 내 기업도 공멸하고, 나아가서는 한 때 내 애인이었던 고객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다름'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최초 기획부터의 치밀한 전략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내 자신에게 진실되고, 내 제품, 내 기업에 진정으로 내재되어 있어 자신있고 책임감있게 내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제공할 수 있는 '진실된 다름'을 기획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할 것 같지도 않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다름이라도 고객과 고객의 경험을 초점으로 한 조그마한 다름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러한 핵심이 꽉 찬 다름이 하나의 강력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꾸준함입니다.

꾸준함이야 말로 아주 작은 불씨를 전 세계를 열정으로 타오르게 할 활화산으로 만들어 줄 영양분입니다. 꾸준함은 시간을 초월한 지속성과 일관됨을 의미합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닌, 어제 있었던 그 곳에 오늘도 그 처럼 또 그 모습으로 있어 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편안함을 더해 줌으로써 가치와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무엇입니다. 흔히들 차별화는 중요시하면서 이 꾸준함, 즉 지속력의 힘을 강조하는 것을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지속력은 그 자체만으로서도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설산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그 힘이 더 커지는 흡인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소박한 다름이라도 이 꾸준함이라는 영양분을 만나면 모두가 잠든 순간에도 그 힘은 자연적으로 커져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꾸준함도 다름을 찾아내는 것 이상으로 성취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시간의 흐름 속에 너무나도 많은 유혹과 분산의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어 순간 순간 여기저기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해오기 마련입니다. 이를 이겨내고 비켜가며 꾸준함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면 모든 구성원들의 내공이 합치된 강력한 가치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자칫 한 부분에서 구멍이 나면 단단하던 풍선의 바람은 급속히 빠져나가 버림으로서 그동안의 시간이 처절하게 의미없이 과거로 날아가 버릴 수 있습니다. 변수는 밖으로부터도, 안으로부터도 위협적으로 등장할 수 있기에 다각적인 방어와 이겨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지속이 필수적입니다.

꾸준함은 단지 동일한 것의 반복이나 지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변수(고객의 욕구, 경쟁의 패러다임의 변화 등)의 변동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다름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의 변경이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즉 차별화에 내재되어 있는 핵심가치를 오랜 시간 꾸준하게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이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혁신 또한 또 하나의 꾸준함이 요구되는 항목입니다.

'다름'이라는 씨앗과 '꾸준함'이라는 영양분, 이 두가지야말로 강력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며 장기적으로 기업과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강력한 위치에 올려 놓기 위한 유일한 방법론입니다. 작은 차이와 오랜 정성으로 풀이될 수 있는 진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주의를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깊은 멋과 강한 내적 역량을 뿜어 내고 있습니다. 지속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이며 시간이라는 영양분을 통해 키워진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 남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지금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 기업, 브랜드, 제품 어느 것 하나도 처음이 지금과 같은 것은 없으며 우리가 느끼고 살지 않은 어딘가에서 시간이라는 강력한 바람에 맞서 싸워온 것들입니다.

오래되지 않은 갓된 존재들일수록 이러한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를 경시하거나 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러한 진리는철학적인 부분만의 것도 아니요 인문학적인 부분만의 것일수도 없습니다.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소비자를 위해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며 내 기업, 내 제품, 내 브랜드, 나아가서는 나와 내 가족을 보다 더 가치있게 만들 사명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품고 나아가야 할 진리입니다. 이 두가지 중 어느 한가지가 빠진 채 성취된 것(그것이 제품이든 사람이든 다를 건 없겠습니다)이 있다면 분명 약한 뿌리로 지탱한 채 불안한 여생을 보내거나 아니면 다른 나무와 함께 가차없이 베어내져 세상의 다른 재료로 쓰일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이 두가지 진리를 기준으로 리뷰를 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시는 것, 어떠실런지요.


PS. 세상의 어느 것도 시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일은 자아실현을 함으로써 자신도 만족하고 세상 속에서 자존감을 인정받는 일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발견하고 이를 꾸준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결국 마케팅의 진리도 인생의 진리도, 신이 내린 우주의 진리와 하나인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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