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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태안반도의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큰 아픔을 겪은 기억이 있지만 이번엔 미국의 멕시코만에서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사태 정도가 아니라 대재앙이라 불리울만큼 끔찍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1.5리터 페트병으로 무려 600만병에 해당되는 양으로 추정되는 원유가 바다로 매일매일 흘러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피해지역의 면적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70%가 넘는 넓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지난 4월 10일 영국 국적의 석유회사인 BP사의 원유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되면서 시추파이프가 파괴되어 굴착지점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바다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고가 터진 후 BP 측은 하루에 약 1천에서 5천배럴의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사고발생 후 무려 50일이 지나서도 정확한 유출량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가 과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위성 분석 등을 통하여 과학적 근거로 판단한 유출량이 무려 일일 6만 배럴(1.5리터 페트병 600만병)으로 추산되자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물론 의도적 사태축소 음모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의 환경보호론자들의 비난과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BP사는 이러한 자신들에 쏟아지는 부정적 의견들과 끝없이 추락해 가는 브랜드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회복해 보려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민심 잡기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BP사의 CEO인 토니 헤이워드가 직접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내 피해자를 비롯해 미국 국민에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영상은 누가 보아도 TV 광고처럼 너무 세련되게 제작되고 인위적인 느낌을 풍겼습니다. 또한 사과를 하는 헤이워드의 태도나 모습도 진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상당히 공식적이고 어쩔 수 없이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김으로써 오히려 이를 시청한 대중들의 분노 게이지만 올려 놓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릅니다.

또한 트위터에 BP사의 태도와 대처방식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패러디 계정(@BPGlobalPR)에 20만에 달하는 팔로워들이 모여 들어 각종 비난의 트윗과 비꼬는 패러디를 쏟아 내자 이를 자신들의 공식계정(@BP_America)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하며 트위터사에 계정삭제를 의뢰했다가 퇴짜를 맞습니다. 이러한 BP사의 태도에 대해 대중들은 더욱 분노하고 온화적인 사람들마저도 부정적 태도자로 전환시키는 악수를 두게 됩니다.


BP사는 자신들의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피해지역 연안에 세번이나 내려올 때에도 직원들을 그 시간에만 복구 현장에 보내 노력하는 척 하는 모습만 보이고 대통령이 돌아가자마자 모두 철수시키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지릅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낱낱이 미국인들의 귀와 가슴 속으로 전달됩니다.

BP사는 자꾸만 악화되어 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 검색엔진 사이트의 검색어를 대량으로 사들여 자신들의 홍보 사이트로 직접 링크시키는 전술을 감행합니다. 이 구매에 쏟아 부은 돈이 무려 5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500억에 달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유투브, Flickr, 트위터 등 모든 가능한 소셜미디어 수단을 동원하여 자사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돈을 쏟아 부을수록 오히려 미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BP사는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소셜미디어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셜미디어에 왜 참여해야 하고 어떤 목적으로 그것을 이용해야 하는 지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은 소셜미디어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로 단지 자신들의 주장과 의심의 눈초리로밖에 바라볼 수 없는 허술한 정보들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만 했지 소통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소셜미디어를 매스미디어에의 패러다임과 동일한 선상에서 판단하여 막대한 자본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나 이용 자체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핵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험 많은 스태프를 동원해 만든 CEO의 사과 영상에 담긴 것은 '연출'과 '가면'이었지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부어 인위적으로 유도한 검색엔진의 링크들은 '추악한 사기행각으로의 꼬득임'이었지 '진실의 바다에로의 초대'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거짓과 위선, 가면과 가식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우리 대중들에게 바로 탄로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소사이어티의 힘에 대한 무지로 가득한 이 거대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결코 알지 못했습니다.

BP사의 이번 사례는 향후 많은 기업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에 있어 상식적이면서도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내용이 담기지 않은 그릇은 이제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 있어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샬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은 이제 '미디어는 진심과 진실이 담긴 메시지다'라는 말로 정정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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