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가끔 운전한다. 구입한 지 12년이 넘은 차의 주행거리가 갓 5만 킬로밖에 안 된다. 초기 3년 정도만 열심히 타고 다녔다. 그 이후로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날들이 더 많았다. 사고는 초기에 두 번 났었다. 한 번은 내가, 다른 한 번은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내가 감정을 조금만 제대로 조절했다면 나지 않을 사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참 험하게 몰고 다녔던 것 같다. 둘 다 접촉사고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쨌든 사고를 당해 보기도 하고, 사고 난 것도 많이 보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사고 블랙박스 영상들도 접하기도 하면서 언제부턴가 차를 몰기가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졌다. 거기에다, 직장을 옮기면서 출퇴근에 굳이 차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
우리는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 이야기다. 비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뿐이 아니다. 기억, 정보, 관심, 감정의 찌꺼기 등 정신적인 것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하다. 넘치게 소유한다고 생명과 건강에 특별히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곰팡이와 세균이 뒤덮인 오물 투성이로 집이 가득차는 정도만 아니면 말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경우는 다르다.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심지어는 가정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 상호작용은 사람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다. 온갖 매체와도 쉴 새 없이 정신적 상호작용을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기들을 통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