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꼬리를 내리고 나니 가을 장마라는 손님이 찾아 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출근 길 도로 위에 움직임이 굼뜬 차량들이 줄을 이어 가다 서다 하고 있다. 정체를 예감하고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바쁘게 내리는 빗줄기와 달리 유진의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수색을 지나 연세대 정문 앞에 다다르면서 정체가 조금 심해지는 듯하다. 몇 달에 한 번 광화문 본사에 회의를 들어갈 때면 여지 없이 지나게 되는 연세대는 유진의 모교다. 늘 바쁜 직장 생활 탓에 모교 앞을 지난다고 해서 특별한 느낌을 가진 적은 딱히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물방울이 쓸리는 차창 너머로 비치는 정문의 풍경이 오늘따라 눈에 띈다. 그 때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낯 익은 음악이 들려 온다. 임현정의 ..
올해 들어서 이래저래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나름 잘 버텨내던 몸이 결국 탈이 조금 나고 말았었습니다. 거기에다 매년 이른 봄이면 저를 괴롭히는 알레르기가 올해에도 여지없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지니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바라는 상태와 우리가 겪어야 하는 상태의 차이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긴장과 괴로움’이라고 정의합니다. 피하고 싶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갈등, 쉬고 싶지만 숨조차 쉴 틈 없는 일상, 계속 뇌리에 맴도는 안좋은 기억들 등등 현대인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