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제행무상’이라고 한 적이 있다. 제행무상은 우리의 삶, 나아가서는 이 우주의 보편적인 원칙이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여기는 착각으로 인해 행하는 어리석음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수 있는 가르침이다. 이와 맥락이 비슷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에 보다 구체적인 지혜를 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우리 삶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지침을 주는 말이다. 새옹지마는 회남자(淮南子)라는 고서 중에서 인간훈(人間訓) 부분에 나온다고 한다. 북쪽 국경 근처에 점을 잘 치는 노인의 이야기다. 이 노인이 애지중지하던 말이 있었는데 어느날 이 말이 길을 잃고 오랑캐 땅으로 들어가 ..
나는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다. 굳이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라고 한 것은, 실제 실천하는 데에는 모자라기때문에 억지로 묘사해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과감한 행동의 추진 앞에 버티고 서 있다. 따라서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은 내 기준 안에서만 버둥거리며 하고 있다. 사실 미니멀라이프는 일차적으로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쓸모 없는 것들은 버리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쓸모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 각자의 기준과 관점에 따른다. 물론 너무 관대한 기준을 두면 미니멀리스트를 가장한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것들을 버리고 나면 내 주위의 환경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그 변화는 나의 정신세계와 정신..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제행무상’이다. 세상에 모든 일은 변한다는 의미다. 시공간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너무나도 단순한 뜻이지만 곱씹어 보면 볼수록 이 이상으로 우리 삶과 우주의 근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 말은 찾기 힘들다. 우리는 지금 내 삶이 영원할 것처럼 탐욕스럽게 집착하며 살아가기 일쑤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남들보다 더 위에 서려 하며 끊임없이 비교해대면서 위만 바라보고 산다. 수평적 사고를 바탕으로 남과 나와 다르고 세상의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 사고의 늪 위에서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거대한 욕망의 롤러코스터를 질주한다. 자신이 점점 가라앉는 것도 모른 채말이다.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
내가 누구와 적대적으로 경쟁하거나 싸우고 있을 때 이기는 경우는 2가지다.내가 적보다 잘나거나 앞선 의지로 이기는 경우가 하나. 적이 스스로 패착을 둬서 내가 어부지리로 이기는 경우가 나머지 하나다. 전자의 경우는 더할 나위 없이 승리에 도취해도 무방하다.반면 후자의 경우는 경계의 대상이다. 승리가 제대로 된 승리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승리의 원인이 온전히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제대로 평가받은 경우가 아니란 거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더욱 거만해지고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에 빠지기 쉽다. 내가 잘나서 승리한 것이 아니기에 겸손과 겸허를 달고 살아야 하며 스스로 거만과 자만에 빠지지 않는지 경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본능이 관여되..
어제는 올 들어 최고의 기온을 찍었다. 한마디로 푹푹 찌는 더위, 그 자체.그래도 그저께까지는 덥기는 했지만 밤에는 나름 견딜만했고 습도도 비교적 높지 않아서 피부 호흡도 원할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그 모든 것이 바뀌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우리집에는 에어컨이 없어 어제와 같은 극한 기온을 온 몸으로 맞아 싸워야 한다. 낮에는 계속 샤워를 해대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맞기면서 견딜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밤이다.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진다. 침대는 뜨끈뜨끈하고 몸은 불덩이같은데다 피부는 땀에 쩔어 꿉꿉한 상태는 도저히 편한 잠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잠은 대체적으로 설쳤다고 봐야 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새벽 늦게 들어서면서 온도가 나름 낮아지기 시작..
마음에 대해 잘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공포는 대상을 모르는 데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철학, 과학, 명상.이 세 가지가 마음공부를 더 효과적이고 깊이 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 불교철학, 정신신경과학, 명상의 실천이 세 가지의 앎을 통해서 우리는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을 위한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지름길의 지도를 갖게 된다.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세상은 완벽한 행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노력 없이는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 그 자체의 인생에서는 행복이란 말이나 행복학이란 학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행복만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마치 공기와 같이 행복하기를 원하거나 행복에 대해 사유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
군인이나 운동선수가 끊임없이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는 이유는 전술과 기술을 몸에 깊이 익히려고 하는 것이다. 분명히 학습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이라도 완벽하게 몸과 마음에 새기지 않고는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다. 머리 속으로는 이럴 때 내 마음을 이렇게 다잡아야겠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건 그 때 뿐이고 이론적 습득일 뿐이다. 끊임없이 되새기고 각성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배우고 느끼고 습득한 마음공부를 내 몸과 영혼에 새기는 하나의 수련 방법이 집중명상이다. 불필요한 마음 속 찌꺼기를 버리고 온전히 이 순간에 깨어 있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고 내려놓는 최고의 연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의 생활명상이다..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심하게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도 문득 어떤 과거의 일들이 후회와 함께 겹쳐 몰려올 때가 있다. 살아갈 날보다 산 날이 많을 확률이 높아져가면서 점점 더 그런 것 같다. 후회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렇더라도 후회를 삶 속에서 완벽하게 쳐내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어쩔 수가 없을 때에는 내심 화도 나고 절망적일 때가 있다. 내가 가장 쓸모 없는 정신적 출혈이라고 생각하는 것 하나가 후회이고, 두 번째가 ‘만약에 어떻게 된다면…’이다. 두 가지 모두 현재의 내 능력이나 의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열심히 되새김질해도 무언가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물론 후회가 과거의 어떤..
당장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낮기온이 섭씨 34도를 기록한 정말 무더운 날입니다. 머리 위에서는 햇빛이 작렬하고 바람은 한 점 없는 이 날씨는 우리를 쉽게 지치고 짜증나게 만듭니다. 이런 날, 이런 상황에도 비록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닐지라도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리 덥다 하더라도 우리가 사막에서 물을 찾아 헤메는 더위와 괴로움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또한 한 여름에 군대 훈련소에서 제한된 자유로움 속에서 고된 훈련을 받는 상황에는 역시 비할 바 아니지요. 지금 언제라도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실 수 있고 못견디게 더우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중인 상가나 쇼핑몰, 지하철 등으로 피신할 수 있습..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의도에 의해서 생겨나기도 하지만 문득문득 자의와는 관계없이 생겨나고 유지되며 없어집니다. 어떤 생각과 감정들은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듯 저 산 너머로 무심코 넘어가지만, 반면 어떤 것들은 너무도 급작스럽게 나타나서 강력하게 나 자신을 휘어감아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과 감정은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에 의해 시작됩니다. 눈, 귀, 코, 입, 촉감, 그리고 인식 등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감각들을 우리는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간 순간에도 너무 많은 정보들이 감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를 뚜렷이 구별해서 인식하기란 쉽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노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각기관으로 각종 정보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