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을 한 명 만났다. 처음엔 유쾌한 분위기였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부터 그 친구가 여러 고충과 괴로움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사업적으로 아주 활동적이어서 역동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운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일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 등등. 그것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들도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그 때 일을 다시 겪는 듯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는다. 더없이 좋은 일도, 감사한 일도 많지만 반면 좋지 않은 일들도 당하게 마련이다. 그 정도가 심각하든 사소하든 간에 우리는 힘들고 ..
마트의 식료품 진열대에 두 제품이 놓여 있다. 하나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처음 보는 회사가 제조한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익히 잘 알고 있는 이름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어떤 제품이 손이 가겠는가? 전자제품을 구입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들이 있는가? 있다면, 과연 왜 그 브랜드들이 마음 속에 떠올랐는가? 결국 그 브랜드 중 한 곳의 제품을 살 것 같은가? 세상에는 수많은 제조기업들과 상품들이 존재한다. 이 순간에도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기업들과 상품들은 서로가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과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매장에 진열되는 것들에 한정되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 물리적 조건의 한계가 없이 거의 무한대의 선..
어제는 아침부터 상당히 난감하고 신경을 긁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왠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비슷한 것이 감정을 일으키고 연이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오르게 해 마음을 괴롭혔다. 두 번째 화살을 맞을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어떤 상황에 처하면 생각대로 시원하게 대처가 되지 않는다. 이론과 실제의 간극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 나를 화나고 착잡하게 만드는 일들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즉각 반응하고 후회하며 자꾸 되새김질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자신의 반응과 감정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반응하며 적당한 수준의 감정에 적절한 지혜를 첨..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직감과 추론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동원합니다. 직감은 감각과 감정, 무의식이 주로 관여하는 반면 추론에는 논리와 이성, 의식이 작용합니다. ‘왠지 이럴 것 같은 직감이 든다’고 할 때 그 이유를 논리에 근거해 설명한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합니다. 직감이란 말 그대로 정말 그냥 ‘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합리성과 논리적 근거를 선호하고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직감에 의해 판단을 했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 추론에 의한 판단보다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과연 직감은 무시당해도 좋을만큼 형편없는 것일까요? 이러한 평판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직감에 의한 판단은 어떠한 정보에도 근거하지 않고 완벽한 우연..
우리 마음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요? 그 전에, 마음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의식, 생각, 감정, 정서 등은 어떻게 다르며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이란 이 놈은 도대체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요? 왜 나는 감정에 자꾸 휩쓸리고 요동치며 때로는 내 속의 무언가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될까요? 이 모든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마음은 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몸의 변화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의 변화도 몸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런 물음들이 주로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입니다.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죠. 각 물음들은 또 다른 물음들로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다양한 측면과 시각에서 조망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저런 물음들에 대한 ..
오늘 하루도 순간순간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일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생각이 내 마음을 잡념과 악념으로 물들게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솟구치기도 하고 별 문제 없는 것에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집에만 가만히 있는다면 모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늘 기분 좋은 소리만 들을 수도 없습니다. 마음에 꼭 맞는 사람만 만날 수도 없지요. 그게 삶이고 생활이며 일상입니다. 그런 모든 것들에 일일이 내 마음이 반응하고 그 반응으로 인해 생긴 느낌과 생각을 오래 간직하고 산다면 우리 마음은 터져 버릴 지도 모릅니다. 마음에도 용량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과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