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가끔 운전한다. 구입한 지 12년이 넘은 차의 주행거리가 갓 5만 킬로밖에 안 된다. 초기 3년 정도만 열심히 타고 다녔다. 그 이후로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날들이 더 많았다. 사고는 초기에 두 번 났었다. 한 번은 내가, 다른 한 번은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내가 감정을 조금만 제대로 조절했다면 나지 않을 사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참 험하게 몰고 다녔던 것 같다. 둘 다 접촉사고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쨌든 사고를 당해 보기도 하고, 사고 난 것도 많이 보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사고 블랙박스 영상들도 접하기도 하면서 언제부턴가 차를 몰기가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졌다. 거기에다, 직장을 옮기면서 출퇴근에 굳이 차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
재작년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너무 쓸 데 없는 물건들이 많다는 생각에 많은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 집. 리모델링은 커녕 도배나 장판조차 새로 한 번 한 적이 없는 집이라 그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짐들이 꽤 많았다. 바깥만 보던 눈을 안으로 돌리니 있어야 할 것들보다 없어도 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고, 그것들은 짐처럼 느껴져 괜스레 내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조만간 이사를 하겠다는 어렴풋한 계획도 버리기 혁명에 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어떤 뚜렷한 계획 없이 무작정 버리기 시작했다. 정리는 그 다음 일이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그리고 더 버릴 것이 없나 찾는 작업이 일주일이 되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 물건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경악했다. 언..
우리는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 이야기다. 비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뿐이 아니다. 기억, 정보, 관심, 감정의 찌꺼기 등 정신적인 것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하다. 넘치게 소유한다고 생명과 건강에 특별히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곰팡이와 세균이 뒤덮인 오물 투성이로 집이 가득차는 정도만 아니면 말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경우는 다르다.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심지어는 가정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 상호작용은 사람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다. 온갖 매체와도 쉴 새 없이 정신적 상호작용을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기들을 통한 ..
나는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다. 굳이 ‘미니멀라이프 지향적’이라고 한 것은, 실제 실천하는 데에는 모자라기때문에 억지로 묘사해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과감한 행동의 추진 앞에 버티고 서 있다. 따라서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은 내 기준 안에서만 버둥거리며 하고 있다. 사실 미니멀라이프는 일차적으로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쓸모 없는 것들은 버리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쓸모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 각자의 기준과 관점에 따른다. 물론 너무 관대한 기준을 두면 미니멀리스트를 가장한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것들을 버리고 나면 내 주위의 환경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그 변화는 나의 정신세계와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