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을 한 명 만났다. 처음엔 유쾌한 분위기였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부터 그 친구가 여러 고충과 괴로움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사업적으로 아주 활동적이어서 역동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운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일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 등등. 그것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들도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그 때 일을 다시 겪는 듯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는다. 더없이 좋은 일도, 감사한 일도 많지만 반면 좋지 않은 일들도 당하게 마련이다. 그 정도가 심각하든 사소하든 간에 우리는 힘들고 ..
유난히 생각이 많은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편인 듯하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찝찝한 일이 있으면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그 일은 이미 실체 없이 과거 속으로 흘러 내려간 허상에 불과한데도 내 머리가 끄집어 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전두엽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감정과 기억의 생성은 변연계에서 출발하지만 생각의 되새김은 전두엽이 없다면 아마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착은 그 대상이 기억이든, 생각이든, 탐욕이든, 아니면 심지어는 사람이든 근본적으로 ‘놓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다. 집착은 재빨리 추스르지 못하면 가속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속도를 올릴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위기 대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안다. 시속..
우리 마음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요? 그 전에, 마음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의식, 생각, 감정, 정서 등은 어떻게 다르며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이란 이 놈은 도대체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요? 왜 나는 감정에 자꾸 휩쓸리고 요동치며 때로는 내 속의 무언가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될까요? 이 모든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마음은 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몸의 변화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의 변화도 몸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런 물음들이 주로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입니다.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죠. 각 물음들은 또 다른 물음들로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다양한 측면과 시각에서 조망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저런 물음들에 대한 ..
우리는 끊임 없이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 오히려 잡생각이 더 끓어 오릅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마치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생각은 의식적 차원뿐 아니라 무의식적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쉐드 햄스터드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사람이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하는지 연구한 결과 약 4만에서 6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분당 30~40 가지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깨어 있는 동안 하는 생각의 수는 더 많다는 말이 됩니다. 생각이 1초에 한 가지만 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
오늘 하루도 순간순간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일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생각이 내 마음을 잡념과 악념으로 물들게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솟구치기도 하고 별 문제 없는 것에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집에만 가만히 있는다면 모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늘 기분 좋은 소리만 들을 수도 없습니다. 마음에 꼭 맞는 사람만 만날 수도 없지요. 그게 삶이고 생활이며 일상입니다. 그런 모든 것들에 일일이 내 마음이 반응하고 그 반응으로 인해 생긴 느낌과 생각을 오래 간직하고 산다면 우리 마음은 터져 버릴 지도 모릅니다. 마음에도 용량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과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