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의 식료품 진열대에 두 제품이 놓여 있다. 하나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처음 보는 회사가 제조한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익히 잘 알고 있는 이름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어떤 제품이 손이 가겠는가? 전자제품을 구입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들이 있는가? 있다면, 과연 왜 그 브랜드들이 마음 속에 떠올랐는가? 결국 그 브랜드 중 한 곳의 제품을 살 것 같은가? 세상에는 수많은 제조기업들과 상품들이 존재한다. 이 순간에도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기업들과 상품들은 서로가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과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매장에 진열되는 것들에 한정되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 물리적 조건의 한계가 없이 거의 무한대의 선..

실제 돈이 오가는 아주 간단한 게임을 제안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기면 100만 원을 받고, 지면 반대로 100만 원을 잃게 된다. 각각의 확률은 정확히 50대 50이다. 자, 게임을 받아들일 것인가? 다음 어느 은행에 내 돈 1억을 예금하겠는가? - 은행 A : 연이율 5%, 안전도 50% - 은행 B : 연이율 2.5%, 안전도 100% 가까운 미래에 생각지도 않은 1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고, 반면 같은 액수의 돈을 잃어버릴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쪽에 마음이 더 쓰이겠는가? 위의 질문에 답을 생각해 보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당연하게도 없다. 각자 성향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상이하기 때문에 선택은 저마다 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심적 회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설명한 이는 노벨상 수상자이며 ‘넛지’의 저자이기도 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다. 세일러는 심적 회계를 개인이나 가정이 재무 행위를 조직하고 평가하며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적 활동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세일러는 심적 회계가 고전 경제학에서 돈의 기본 성질로 드는 ‘돈의 대체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깨뜨린다고 강조한다. 돈의 대체 가능성이란 돈 자체에는 어떤 라벨도 붙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 어느 용도로도 전용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성질을 말한다. 즉 여행 경비로 모아 두었던 돈을 가전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언뜻 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심적 회계에 의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집을 사려고 모으는 심적 계정과 여행 목적의 계정은 서로 마음 속..

- 지인에게 빌려 주고 받기를 포기하고 몇 년 간이나 잊고 있었던 돈을 어제 갑자기 받았다. 꿈을 잘 꿨나 보다. 공돈이 생긴 기분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해야겠다. - 마트에서 참치를 사려고 보니 마침 특가 할인이다. 다만 8개 묶음으로만 살 수 있다. 원래 2개만 사려고 했는데, 어차피 싸게 살 수 있고 내일이면 세일도 끝난다고 해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계획보다는 좀 많이 산 셈이지만 어차피 사야 할 것들이고 싸게 샀으니 이득을 본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 날도 덥고 땀을 많이 흘려서 지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피곤하다. 택시를 탈까? 비싼 택시비를 생각하니 망설여진다. 아 참, 오늘 점심도 못 먹었지. 어차피 점심 값도 아낀 셈이니까 그 보상으로 택시를 타..

스타트업에 마케팅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사업 초기인데다 플랫폼 비즈니스라서 적극적인 영업과 함께 적절한 검색광고 구매를 통해 목표 고객 노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아직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근거로 돈을 쓰겠냐며 극구 반대했다. 검색도 안 할 것이고 광고를 눈 여겨 보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풍족하지 못한 예산을 이해는 하지만 초기 광고비를 버리는 손실이라고 여기는 태도는 옳지 않다. 아직 모르는 서비스에 대해 목표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노출시키는 것은 투자지 손실비용이 아니다. 주목하고 관심을 끄는 것만 목적이 아니다. 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단순히 그들의 시야에 자주 노출하는 것 만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익숙하게 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 이를 '단순노출효과'라고 한다..

깔끔한 블랙 케이스의 컴퓨터 본체가 방에 들어왔다. 블랙베젤의 모니터와 역시 블랙의 스피커와 우퍼가 조화롭다. 아뿔싸, 그런데 키보드와 마우스는 빛깔이 바랜 흰 색이다. 자꾸 신경 쓰인다. 어울리지 않는 느낌... 블랙으로 다 바꿔 버려야 하나... 그 동안 눈 도장만 찍고 있던 멋진 드레스를 드디어 샀다. 내 품격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내일 파티에는 이걸 입고 나가야겠다. 그런데... 구두하고 가방이 영 격에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부담은 되지만 아무래도 이 것들도 명품으로 갈아 타야 할 것 같다. 집을 새로 리모델링 했다. 원래 있던 가구와 가전제품이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많이 낡아서 바꾸려던 참이고 해서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모두 새로 들여 놓..

정상과 중독 사이 이렇듯 도파민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호르몬이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잘못 사용될 때에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어떠한 이유로 뇌에 도파민이 지나치게 급격한 속도로 일정 수준 이상 많아지는 경우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과한 쾌감과 보상 추구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 뇌는 도파민 수용체 수를 줄이거나 구조를 변형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감수성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다음에는 같은 수준의 쾌감을 위해서 더욱 강한 자극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점점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현상을 ‘양성강화’라고 한다. 양성강화는 중독의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중독을 야기하는 약물은 뇌 속에 ..

도파민은 유죄? 차마트 팔리하피티도는 페이스북에서 몇 년 간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그만 두고 난 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회사들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short-term, dopamine-driven feedback loop)를 이용해 돈을 벌어 들이고 있으며, 이 방식은 사회의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을 했다. 무슨 말일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에는 ‘좋아요’와 같은 즉각적 반응 버튼과 팔로워 숫자, 그리고 댓글 기능들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이용자들 대부분은 이를 통해 전달되는 반응에 기뻐하며 더 큰 반응을 고대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타인의 관심을 즉각적이고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남들의 반응이나 칭찬..

마트에 가면 할인을 하거나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는 품목들이 많다. 마침 구매하려고 마음 먹었던 제품이 행사를 하고 있으면 얼른 집어 들고는 싸게 샀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싸게 샀다는 것이며 그 기준 가격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가격할인이나 행사를 속임수라고 의심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싸게 샀다는 만족스러운 마음을 느끼게 되는 메카니즘을 들여다 보려는 것이다. 싸게 샀다면 기준이 되는 가격, 즉 정가가 있을 것이고 그 가격 대비 구매한 가격의 차이만큼 만족도가 형성될 것이다. 정가는 당연히 마트가 정한 것일 터이고 우리는 이를 기준으로 할인된 행사 가격을 싼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즉 생산업체나 유통업체가 정가라고 정해 놓은 가격은 소비..

전화를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아니면 게임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다면, 다음 내용에 관심을 가져 봐도 될 것 같다. 미국 UC Berkeley's Haas School of Business 연구팀에 따르면 돈이나 음식 등에 반응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의 보상 회로 신경 부호가 ‘정보’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즉, 정보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마약 등과 같이 우리의 뇌 속에서 도파민을 생성해 쾌감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다. 정보 자체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정보의 추구 행위가 마치 우리 뇌가 몸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엠티칼로리 정크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