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중독 사이 이렇듯 도파민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호르몬이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잘못 사용될 때에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어떠한 이유로 뇌에 도파민이 지나치게 급격한 속도로 일정 수준 이상 많아지는 경우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과한 쾌감과 보상 추구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 뇌는 도파민 수용체 수를 줄이거나 구조를 변형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감수성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다음에는 같은 수준의 쾌감을 위해서 더욱 강한 자극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점점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현상을 ‘양성강화’라고 한다. 양성강화는 중독의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중독을 야기하는 약물은 뇌 속에 ..
도파민은 유죄? 차마트 팔리하피티도는 페이스북에서 몇 년 간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그만 두고 난 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회사들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short-term, dopamine-driven feedback loop)를 이용해 돈을 벌어 들이고 있으며, 이 방식은 사회의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을 했다. 무슨 말일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에는 ‘좋아요’와 같은 즉각적 반응 버튼과 팔로워 숫자, 그리고 댓글 기능들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이용자들 대부분은 이를 통해 전달되는 반응에 기뻐하며 더 큰 반응을 고대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타인의 관심을 즉각적이고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남들의 반응이나 칭찬..
광고 대행사에 근무할 때 마케팅 리서치 팀과 자주 했었던 일 중 한 가지가 FGI(Focus Group Interview)였다. 담당했던 브랜드의 목표 고객이나 기존 고객들을 초청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일이었다.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로서 매우 유용한 과정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뿐 아니라 그 밖의 다양한 의견이나 조언들도 수렴했다. 그 중 많은 부분을 반영할 수 있었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우선, 그 분들의 답변이나 의견이 진실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FGI는 인위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상자들은 회사가 담당하는 브랜드에 대해 눈치를 챈다. 따라서 암묵적으로 편향을 유도하거나 부정확한 답변을 야기하는 요소가 개입..
어제는 아침부터 상당히 난감하고 신경을 긁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왠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비슷한 것이 감정을 일으키고 연이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오르게 해 마음을 괴롭혔다. 두 번째 화살을 맞을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어떤 상황에 처하면 생각대로 시원하게 대처가 되지 않는다. 이론과 실제의 간극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 나를 화나고 착잡하게 만드는 일들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즉각 반응하고 후회하며 자꾸 되새김질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자신의 반응과 감정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반응하며 적당한 수준의 감정에 적절한 지혜를 첨..
올해 들어서 이래저래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나름 잘 버텨내던 몸이 결국 탈이 조금 나고 말았었습니다. 거기에다 매년 이른 봄이면 저를 괴롭히는 알레르기가 올해에도 여지없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지니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바라는 상태와 우리가 겪어야 하는 상태의 차이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긴장과 괴로움’이라고 정의합니다. 피하고 싶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갈등, 쉬고 싶지만 숨조차 쉴 틈 없는 일상, 계속 뇌리에 맴도는 안좋은 기억들 등등 현대인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은 상당히 독특한 이력의 인물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과학과 부교수로서 뇌신경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작가와 다큐멘터리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더 브레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그런 기회들을 통해서 뇌과학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알려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이지만 원제는 ‘The Brain : The Story of You’입니다. 2015년 미국 PBS에서 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The Brain with David Ealgeman’의 도서 버전인 것 같습니다. 다..
최근 성인의 뇌에서 새로운 뉴런(뇌세포)이 생성되는지에 관해 서로 상반된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다소 의아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먼저, 지난 3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이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3세의 뇌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양의 뉴런이 생성되며 18세 이상의 뇌에서는 새로운 뉴런이 생성된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성인들의 뇌에서는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지 않으며 설사 생성되는 일이 있더라도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도 지나지 않은 4월 5일에 미국 컬럼비아대 마우라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우리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뇌신경세포, 이른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출생하면 뉴런의 개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노화와 함께 줄어들기는 합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결국 뉴런의 개수는 출생 후 뇌의 발달이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의 발달과 변화에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뉴런들의 연결’입니다. 뉴런은 수상돌기와 축삭돌기를 통해서 다른 뉴런들과 시냅스를 이루며 수많은 신호와 정보들을 주고 받습니다. 뉴런들이 연결된 것은 마치 회로와 같습니다. 이 회로 다발들은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출생 후에 배선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놀라운 것은, 갓난아기의 뇌에서는 매초..